거침없는 군사대국 야욕,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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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군사대국 야욕, 왜 이러나
  • <편집국>
  • 승인 2012.08.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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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집단적 자위권 공론화…재무장 본격화

한일병합 사과 담화와 조선왕실 의궤 반환. 보수정권을 무너뜨리고 탄생한 일본의 민주당 정권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예감케 했다. 그러나 집권 3년 만에 노다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해석을 바꿀 가능성을 언급했다. 동맹국에 대한 공격도 일본에 대한 침략으로 보고 맞설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일본이 수상하다. 최근 총리 직속위원회가 이른바 ‘집단 자위권’ 행사를 주장하자 동조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온다. 얼마 전엔 핵과 우주 활동을 군사적으로 전용할 수 있게 법령을 고치기도 했다. 거기다 센가쿠 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겠다는 등 주변국 심기를 거스르는 언행도 일삼는다.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에 대한 반성도 없이 군사대국의 야욕을 불태우는 게 아닌지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상 자위권은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방어하는 권리이다. 반면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가 제3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았을 때, 이를 자신이 공격당한 것으로 간주해 제3국을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이다. 즉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 있는 권리다. 유엔헌장 등 국제법이 인정하고 있지만, 패전국인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일본 헌법은 전쟁을 할 수 없고, 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다 정권 들어 우경화 재무장 가속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국인 일본의 재무장을 가로막아온 빗장은 이른바 평화헌법인 헌법 제9조였지만, 일본 정부는 헌법 해석을 통해 재무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일본에 군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의 우경화와 재무장 움직임에 흥분하고 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국제 질서를 직시하고 일본의 움직임에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하면서 우리나라의 안보 능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2009년 9월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 이후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동아시아공동체’를 내세워 이웃 국가와의 유대를 강조하면서 자민당 식의 우경화와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10년 센카쿠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경비선의 충돌 사건에서 중국에 굴복한 이후 정권의 우경화와 국방력 강화 움직임이 바빠졌다. 이어 작년 9월 마쓰시타(松下)정경숙 출신의 노다 총리가 집권하면서부터는 재무장 노력이 한층 노골화했다.

일본의 국방비는 최근 10년간 연간 5조 엔(약 70조 원) 안팎으로, 증가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국방 전략이나 방위력 강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는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정권 들어 2010년 12월 처음으로 나온 ‘신방위대강’은 국방비와 병력 증강은 유보했지만, 수동적 방위에 치중하던 기반적 방위력 개념을 동적 방위력 개념으로 전환했다.
적의 공격에 대비해 한 곳에 주둔하면서 방위하는 것이 아니라 병력과 무기의 전개를 적의 움직임에 따라 능동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중국의 군사력 팽창과 센카쿠를 비롯한 난세이(南西)제도로의 해양 진출 강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등의 도발에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은 한반도의 유사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작년 12월에는 무기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던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해 외국과의 무기 공동 개발과 수출의 길을 텄다. 이에 따라 일본은 미국, 유럽 등과의 전투기 등 첨단 무기 공동개발이나 분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으며,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서 사용한 장비를 다른 나라에 공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6월 하순에는 일본 국회가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활동을 평화 목적으로 한정한 규정을 삭제한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설치법 개정안도 처리해 우주 활동의 군사적 이용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일본은 미사일방어(MD)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정찰위성과 조기경계위성의 연구개발이 가능해졌으며,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의 길도 텄다.

일본 국회는 원자력기본법을 처리하면서 기본방침에 ‘국가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문구를 사전 논의나 국민 여론 수렴 없이 몰래 집어넣어 핵무장의 길을 텄다. 원자력 이용의 평화주의와 공개·민주·자주의 원칙을 규정한 원자력기본법의 정신을 묵살한 것이다.
여기에 총리 직속의 국가전략회의 산하 프런티어(경계) 분과위원회는 7월초 전쟁 포기와 교전권 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9조에 대한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이 동맹 등으로 밀접한 이해를 가진 다른 나라의 전쟁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를 수용한다면 무기의 해외 수출과 공동 개발, 탄도 미사일의 개발과 실험, 핵무기의 개발과 보유에 이어 외국의 전쟁 개입까지 모두 가능해진다.

집단적 자위권이 가시화될 가능성은?

일본 총리 직속인 국가전략회의 산하 프런티어 분과위원회는 지난 7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에게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일본의 중장기 비전을 검토해온 프런티어 분과위원회는 보고서에서 2050년의 일본을 ‘희망과 긍지가 있는 국가로 만들기 위해’ 안전보장 면에서 정부의 헌법 해석을 바꿔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타국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런티어 분과위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에 대한 건의는 정작 일본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한국 여론과 정치권은 일본 재무장의 결정판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자위 가능한 합법적 군사력을 갖춘 ‘보통국가’가 되기 위해 자민당 시대부터 검토하고 추진했던 것이지만 전쟁과 교전권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에 걸려 실행하지 못했던 숙원이다.
노다 총리는 프런티어 분과위의 보고에 대해 “보고서의 생각을 일본 재생 전략에 충분히 반영하겠다”면서 “국가 만들기에 대한 사회 전체의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런티어 분과위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을 주문한 것은 노다 총리의 의향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노다 총리는 작년 9월 취임 이후 “현 시점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헌법 해석을 바꾸는 것을 생각지 않고 있다”고 말해왔으나, 사실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저서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다 총리가 민간에서 발탁한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방위상 역시 집단적 자위권 옹호론자이다. 정권이 속으로는 뼛속까지 집단적 자위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주변국의 우려와 여론의 반발 등을 고려해 참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프런티어 분과위가 미래 안보전략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용인을 담았다는 것은 향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국제법상으론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 있지만,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일본을 직접 침략하는 상대에 대해서만 대응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일본 정계의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대표는 유엔헌장에 근거할 경우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도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제1 야당인 자민당은 헌법 9조의 개정 없이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국가안전보장기본법안’을 차기 중의원 선거(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따라서 현재의 민주당 정권 하에서 당장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적지만 향후 총선에서 정권이 자민당으로 넘어갈 경우 법제화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또는 내년에 치러질 총선에서 누가 정권을 잡든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군사력 강화하는 이유는?

최근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이유는 국내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동북아의 안보상황이 위기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은 중국과 한반도로부터 동시에 위협을 받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섬나라로서 주변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군사위협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바다를 통해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생존 차원에서 대비를 하는 것이다.
중국은 강화된 해군력을 바탕으로 일본을 포위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일본열도-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연결하는 이내 해역에 대한 해상우세권 장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금년 중에 중국항모가 실전 배치되면 위협은 현실로 다가올 예정.
그리고 북한의 핵무장, 중·장거리 탄도탄 배치, 잠수함정 증강으로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 북한의 전술핵무기 개발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존만으로는 부족하게 됐다. 북한이 잠수함정을 이용하여 소형 전술핵무기를 운반할 경우 은밀하게 일본을 공격할 수 있다. 김정일 사망(2011.12)이후 북한 급변사태 발생가능성도 높아졌다. 대량살상무기(핵무기, 화학무기, 생물무기 등) 통제 불능 상황과 대규모 난민의 일본열도 유입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더구나 한국이 2015년 12월에 한미(韓美)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한다. 한미연합사는 한미군사동맹의 핵심이고 전쟁억제력이다. 한국군과 미군이 유사시 연합작전을 하기 위해 만든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전 재발도 우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일본이 오랫동안 갈망해오던 일미(日美)연합군사령부 창설을 미국에 요구하기 위해서는 집단자위권 행사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과 중국 반응은?

일본은 군사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과 북한 등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현재 일본과 군사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은 일본이 제3국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는 경우 개입할 수 있지만, 일본은 헌법 9조에 묶여 미국이 공격을 받아도 참전할 수가 없다. 이는 일방적이어서 동맹 강화로 연결될 수 없다는 논리이다.
프런티어 분과위가 집단적 자위권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미국 등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와의 안전보장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협력 상대로서 일본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국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바라고 있다. 동북아 안보뿐 아니라 국제 안보 활동에서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불능이 장애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평화유지활동(PKO)에 자위대를 파견해도 전쟁 지역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타국과의 위험 분담에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데니스 블레어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작년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일본) 양쪽이 균형 있게 책임을 지는 일반적인 동맹이 필요하다”며 “일본이 헌법을 개정해 방위력을 강하는데 전면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자위대의 예비역 장성은 “집단적 자위권이 제기된 배경에는 자위대와 다른 나라 군대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제기된 난점이 있기 때문이다”면서 “예컨대 일본을 도우러 오는 미국 군함이 공해상에서 공격을 받을 때 자위대가 그냥 쳐다보기만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전범국 일본이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고 청산하지 않은 상황에서 타국을 공격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역사적 이유로 일본의 헌법 수정 움직임은 줄곧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 대상이었다”면서 “평화 발전의 길을 걷는 것이 일본 자신의 이익에 유리할 뿐 아니라 지역의 평화와 발전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우리처럼 일본 군국주의에 짓밟혔던 경험이 있다. 게다가 지금도 일본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생각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강경하게 나갈 경우 자칫 일본의 극우세력에게 빌미만 줄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얼마 전 일본이 핵무장 길을 텄을 때도 중국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고도의 외교 심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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