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폭력 속을 걷는 기분, 너 아니?

▲ 미치오 슈스케 지음 | 북폴리오
같은 중학교 동급생인 소년과 소녀는 초등학교 졸업 행사로 묻었던 타임캡슐 편지를 바꿔치기하기 위해 밤새도록 땅을 파낸다. 소녀는 집단 폭력의 기억에서 벗어나 평범한 인생을 살기 위해, 그리고 소년은 존재감 없는 평범한 인생을 살지 않기 위한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거대하고 막막한 세계를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년소녀의 성장 드라마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집단 폭력과 주변인이라는 고통… 부서질 듯 여리고 투명한 십대의 세계
『달과 게』에서 한층 깊어진 시선

소년 이쓰오와 소녀 아쓰코가 바라는 것은 서로 정반대다. 이쓰오는 자신의 평범한 인생이 싫고 아쓰코는 제발이지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빈다. 이 두 사람의 세계는 같은 나이, 같은 학교를 다니는 동급생임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틀리다. 날씨로 따지면 한쪽은 폭우가 치고 몸을 가누기가 힘들며, 한쪽은 햇볕이 쨍쨍하고 아무 일도 없이 권태롭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두 세계가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 아쓰코가 마트에서 동생에게 선물할 인형을 훔치는 것을 이쓰오가 목격하면서 발견은 관심으로 이어진다. 이쓰오에게는 그 도둑질이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깨뜨리는 사건이 되는데...

자신의 친구는 물론 어른인 할머니의 상처까지 보듬어 내려고 행동하는 『물의 관』의 소년은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이다. 상처를 터뜨리고 이제는 상처의 극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소년이 다음에는 어떤 성장을 보여줄까, 그 여정을 좇는 것도 미치오 슈스케의 성장 소설들을 읽는 큰 재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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