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6년만에 고래잡이 허용 파문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뜬금없이 고래잡이 허용 문제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겁다. 정부가 지난 26년 동안 금지해온 고래잡이(포경)를 허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내외에서 비난이 빗발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것. 정부대표단은 최근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제64차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과학연구용 고래잡이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수역 안에서만 고래를 잡을 계획이며, 포경의 구체적 일정과 지역, 포획예정량 등은 추후 밝혀 갈 것”이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우리 정부는 우선 상업적 목적이 아닌 과학연구를 위한 포경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贊 “해양주권국가로서의 당연한 권리”
우리 정부는 우선 상업적 목적이 아닌 과학연구를 위한 포경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의 고래 연구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고래를 지켜보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어떤 종류의 고래가, 어떤 먹이를 먹는지 연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가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과학연구용 포경’을 명목으로 고래잡이를 해온 일본 사례를 다른 것이기도 하다.
특히, 농식품부는 “과학적 목적의 포경을 합법화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하면서 다른 나라의 공식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일본이 오래전부터 과학조사용 포경을 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내년 IWC 과학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은 하고 있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의식한 탓이다. 정부가 한국 수역 안에서만 고래를 잡을 것이며, 포경의 구체적 일정, 지역, 포획예정량 등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도 같은 맥락.
정부의 이 같은 발표를 가장 반기는 곳은 ‘고래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울산 지역이다. 정부의 포경 재개 방침이 알려지자 이 지역민들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국내 최초로 장생포 지역 전체를 ‘고래문화특구’로 지정하고 이 일대에 2014년까지 10만2440㎡ 규모의 고래문화마을을 조성하고 있는 울산시 남구가 대표적이다.
김두겸 남구청장은 정부 발표에 대해 즉각적인 기자회견을 갖고 “전통 식문화 보존 및 계승, 고래 개체수 증가에 따른 생태계 불균형의 회복, 고래관광 활성화 등과 같은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김 청장은 이어 “정부가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IWC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포경계획은 당연한 요청이며 당연한 결과”라며 “현재 동해안에는 고래의 개체수가 포경금지 이전으로 회복돼 고래로 인한 어장 생태계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마구잡이가 아닌 솎아내기식 포경을 주장했다.
이미 김 청장은 2009년 포르투갈 마데이라에서 열린 IWC회의에 참석해 이와 같은 입장을 설명하고 솎아내기식 포경을 제안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정부 발표와 관련, 국내외의 비판에 대해 “축산대국인 일부 국가들이 고래고기 공급으로 인한 자국의 축산물 수출에 타격을 예상해 반대하고 있다”며 “우리연안에서의 포경은 해양주권국가로서의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발표로 고래도시 남구가 국내 유일의 고래관광도시로 한 단계 더 발전해나가는 데 큰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본다”며 특히, 울산의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래문화사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反 “불법포경이 판치는 나라가 바로 한국”
반명, 한국 대표단의 발표가 있자마자 국내외 포경 반대론자들은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6일 환경운동 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국제적으로 손가락질 받는 일본의 포경행위를 따라하겠다는 농림수산부를 규탄한다”며 과학연구용 포경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한국이 조사를 위해 일본의 뒤를 쫓아 과학조사포경을 하겠다는 것은 과학조사가 아니라 포경을 재개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고 비판하며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불법포경과 혼획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며 실질적으로 ‘고래고기를 파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할 게 없어서 국제적으로 손가락질 받는 일본식 과학포경을 따라하는 거냐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일부 자치단체들은 고래해체장을 ‘문화복구’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면서 고래식문화 활성화를 위해 고래고기 요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한국이 고래보호, 고래개체수 회복을 위해 고래조사포경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국 내 고래고기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일부 수산업계의 왜곡된 요구를 반영한 농림부의 ‘어업정책’ 일환”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등 포경 반대국가들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대표단은 “IWC는 도덕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라며 “도덕적 설교는 IWC와 관계가 없는 만큼 적절치 않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당장 외신들의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뉴질랜드 총리는 시드니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의 결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잘못된 일보”라며 “우리는 그것이 불필요하고 적절치 않은 조치로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이 그렇게 한다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게 될 것이고, 뉴질랜드 정부는 한국과의 접촉이 있을 때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향후 외교문제로 다룰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제최대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의 제임스 로렌츠도 오스트리일리아 TV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포경 발표는 쇼크”라며 앞으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CNN, 로이터, AFP 등도 한국의 포경 허용 소식을 전하며 국내외 환경단체들과 포경 반대국가들의 비난을 생생히 전하는 등 파문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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