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은 다시 색깔론을 꺼내들어야 한다
상태바
21세기 대한민국은 다시 색깔론을 꺼내들어야 한다
  • 김길수 편집국장
  • 승인 2012.06.14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내 제3당으로 발돋움한 통합진보당의 끝없는 추락을 보며

비례경선 부실 및 부정의혹으로 시작된 통합진보당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급기야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을 통해 당원명부 등 핵심자료를 확보하고 나섰다.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표현처럼 ‘당의 심장’과도 같은 당원명부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지난 4.11총선을 통해 명실공이 원내 제3당으로 발돋움한 공당에 대한 조치로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색깔론’이라는 해묵은 정치적 숙제를 또 한 번 받아 들어야 했다. 그것은 길고 지루했던 군사독재를 겪었던 우리 현대 정치사에서 민주인사들을 ‘빨갱이’로 둔갑시키고, 정의와 진리를 외쳤던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을 감옥으로 보내는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그런데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와 함께 등장한 색깔론은 이전의 사례나 상황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외부에서 악의적으로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 아니라, 그들 내부에서 스스로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현재의 통합진보당이 4.11총선 직전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세력 등이 합당을 통해 만들어 낸 신생정당이라는 점이 내부적 폭발을 촉진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연대를 통한 총선 승리’라는 현실적이고 당면한 목표가 있었기에 정파적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세 개 이상의 세력이 별다른 잡은 없이 물리적 통합, 즉 합당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정치적 배경과 문화 속에서 성장해온 각각의 세력이 화학적인 통합을 이뤄내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고, 명분이 견고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검찰은 압수수색한 각종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통합진보당의 총체적인 부실과 부정을 파헤치고 있으며 2차 압수수색이 있을 수 있음을 공공연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미 이 사건은 한 정당의 비례경선 부정사건을 넘어 진보정당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정치사건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는 과정을 찬찬히 짚어보면 통합진보당 스스로가 자초가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최초로 의혹이 제기된 이후 당 내부가 소위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뉘어 치열한 권력투쟁 양상을 보이면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을 보여줬다.
“당권파는 경기동부연합이라는 비선 조직이 장악하고 있으며 그들의 실체는 북한의 김일성주의라 불리는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세력”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온 것도 그즈음이었다. 과거 주체사상을 신봉하다 전향한 인사들의 인터뷰가 속속 언론에 공개됐으며, 사퇴를 거부한 비례대표 당선자들에 대한 공개적인 사상검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당권파, 혹은 주체사상 신봉자로 분류된 인사들이 보여준 석연치 않은 행동과 발언이 이렇듯 흉흉한 소문의 진실성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방송토론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 열악한 인권현실, 핵무기 보유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받았지만, 그들은 만족할 만큼 뚜렷하고 시원한 대답을 내보이지 못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그저 흉흉한 소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신봉자’가 당권파와 비례대표 당선자 중에 섞여 있을지 모른다는 심증을 가지게 되는 대목이다.
진보주의자가 모두 친북적이거나, 종북적인 관점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매우 명확하게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행여 그들 속에 실제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종북세력이 섞여 있다면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외부 정보로부터 격리되어 있었던 군사독재시절과 달리 21세기 대한민국은 하나의 사상 혹은 종교의 합법성 혹은 합리성에 대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정보와 자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