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인력 양성으로 우리 가발 세계화에 기여할 것

10~20대 젊은 여성들이 특별한 날이나 특별한 장소에 갈 때 가발은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된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군인들이 가발을 착용한다면 나이 드신 분들은 설마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릴지 모르겠다. 또한 코스프레(컴퓨터 게임이나 만화 속의 등장인물로 분장하는 일) 분장을 하고 동호인 모임에 참석하는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발이다.

가발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패션 아이템이기도 하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강한 태양열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고 시원하게 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깎고 가발을 착용했다. 이 같은 가발은 상징적인 신분 표시와 위엄을 나타내기에 충분했다. 이집트의 의상 역시 가발에 맞춰 개발돼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현대에서도 가발은 패션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사단법인 대한가발협회(http://www.kowa.so/rb/index.php) 이현준 이사장은 일찍부터 가발의 가치에 눈을 떠 가발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전문인이다.

대한가발협회는 2008년 출범했다. 가발 관련 단체로서는 현재 실질적 활동을 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단체다. 지난해엔 지식경제부 승인 사단법인 단체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 협회는 가발산업 관련 전문 인력 교육 및 자격 검정, 교재 편찬·발행을 선도해 왔다. 또 전국 규모의 기능대회를 개최·운영해 가발인력 발굴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이사장은 출범 초창기만 해도 업계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고 회고한다.
“처음엔 가발에 사용하는 재료들을 어디서 구입해야 할지, 또 어떻게 유통시켜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체계화된 교육기관도 없었고요. 또 모든 이들이 가발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남다른 열정으로 이 곳 저 곳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하고 고생한 끝에 가발단체를 설립하게 된 것이죠.”

사실 가발산업은 사양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가발은 의복, 합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려 나갔던 수출 효자상품이었다. 1970년 총 수출액 가운데 9.3%(9,357만 달러)를 차지하기까지 했다. 구로공단(현 구로디지털단지)에 들어선 가발 봉제공장만 40여 개가 넘었다. 그러던 것이 1970년을 기점으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후발주자들과의 원가 경쟁에서 밀려났기 때문이었다.

가발산업, 화려한 부활

21세기로 접어들어 가발 산업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는 전적으로 기술개발에 힘입은 결과다. 과거 가발은 노동집약적 상품이었다. 후발주자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도 이 같은 특성 때문이었다. 2000년대 초반 가발용 합성원사 제조업체들과 부자재 업체들은 기술개발에 매달렸다. 이 결과 가발 원사는 물론 실을 지지하기 위한 레이스망 등 부자재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한국산 가발은 세계 시장에서 다시금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가발시장의 급속한 변화는 전문인력 수요를 창출했다. 이 이사장은 시장 상황에 반응해 나가고자 가발 전문가 양성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여 왔다. 협회 차원에서 가발전문 인증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설치해 운영하는 한편 6월엔 건국대학교에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실전창업반 과정’을 열 예정이다. 또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가발전문가 1·2급 과정을 비롯해 인증강사 양성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이 이사장은 무엇보다 커리큘럼 체계화에 남다른 정성을 쏟아 왔다.

“가발산업은 폐쇄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가발업체는 가족 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가발 제작 기술은 물론이고 관련 기술의 공유화나 업계의 협업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조차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발을 교육콘텐츠로 확립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1:1 맞춤형 교육의 경우 고액의 수업료가 공공연히 오갔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제도권에 안착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러던 차 우연한 기회에 가발 교육 전문가를 만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분과 의기투합해 커리큘럼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여기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어요.”

가발산업, 21세기 블루칩

가발산업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경제 발전에 따른 소득수준 향상은 사람의 외모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 사람들은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자신의 외모를 꾸미기 위해 앞 다투어 성형, 에스테틱(피부관리), 식이요법, 운동 등에 매달리고 있다. 
이 같은 잠재력이 무색하게 가발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탈모와의 연상 작용 때문이다. 실제 많은 사람들은 가발을 패션 아이템으로 여긴다기보다 탈모를 감추기 위한 위장품목으로 생각한다. 이런 탓에 가발산업은 성장 잠재력에 비해 발전 속도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사실 가발은 인체에 아름다움을 줌과 동시에 부족한 부분을 덮어주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가발 착용을 탈모와 연관 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유럽과 미주는 물론 가까운 일본의 경우 가발은 패션문화로 정착됐을 정도로 대중화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가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폐쇄적인 업계의 속성이 강한 탓에 발전이 더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서서히 가발이 패션 아이템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고 실제 소비자들의 인식이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머지않아 가발은 탈모에 국한되지 않고 훌륭한 소품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가발산업의 성장에 발목을 잡는 요인은 또 있다. 비전문 인력의 범람이다. 실제 몇 해 전 가발산업은 붐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 붐은 잠깐 반짝 하다가 잦아들었다. 전문인재가 턱없이 부족했던 데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만한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이사장은 이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가발이 떠오르는 신시장이라며 비전문가가 뛰어들면 시장이 혼탁해 집니다. 전문성이 결여된 업체나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가발산업은 이제 먹고 살기 위한 생계형 사업이 아닙니다. 이 산업은 이제 미용분야의 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에 협회는 교육은 물론 여러 사업을 수행해 제대로 된 시장을 형성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장인정신을 갖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힘쓰고자 합니다.”

이 이사장은 가발 업계에도 고언을 던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업계는 국내의 가발 시장만 보지 말고 세계 시장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일부 큰 기업이 가발 업계를 주도하는 데 그치지 말고 중소기업들도 볼륨을 키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발 업계에 종사하는 기업들과 전문가들이 서로 힘을 모아 좀 더 큰 시장을 만들고 21세기 패션의 블루칩으로써 성장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가발산업은 21세기의 블루칩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용에 대한 욕구가 커진데다 가발에 대한 인식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발은 색다른 미를 표현하기 위한 소품으로 젊은 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여성 탈모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가발산업 성장에 플러스 요인이다. 이 이사장은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해 한국 가발의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가발산업이 국내를 모태로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전 세계의 가정마다 필수 미용 아이템으로 가발 하나씩 비치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가발산업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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