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직접 운영 또는 지분 참여 통해 덴마크인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

지난 3월,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 기업 머스크가 유럽발 아시아 노선 물량을 한 달간 중단했다. 머스크는 북유럽-아시아 동향항로에 대해 5월 초까지 예약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중국 춘제 이후 물량 감소에 따라 투입 선박을 줄이면서 예약이 밀리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국내 수입업계는 유럽-아시아 노선에서 머스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나 되기 때문에 큰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기업이 그 나라를 먹여 살릴 수는 없지만 그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는 있다. 더욱이 국가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세계적인 이동통신기업인 노키아 매출이 핀란드 국내총생산 중 23.5%를 차지하면서 핀란드를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에이피 몰러-머스크(A. P. Moller-Maersk) 그룹은 컨테이너와 에너지, 항만터미널 등 총 6개 사업부문에서 1,100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덴마크의 대표적 국민기업이다. 1904년 아들인 아놀드 피터 몰러(Arnold Peter Moller)가 아버지인 피터 머스크 몰러(Peter Maersk Moller)와 함께 해상운송 사업을 시작하면서 설립한 머스크그룹은 1928년 머스크라인(Maersk Line)을 설립해 국제해상운송의 선두주자로 군림했다.

위기를 발판 삼아 다시 날아오르다

머스크그룹은 1904년 3,000톤짜리 중고선 1척으로 시작했다. 1928년에는 극동아시아와 미주를 잇는 첫 정기선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1999년에는 미국선사인 시랜드(Sealand Service)를 인수합병하면서 5대양 6대주를 잇는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의 해운선사로 발돋움했다.
2011년 9월 기준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의 15.7%를 점유하고 있는 머스크라인은 1996년에 업계 1위에 올라선 이후 16년 간 선두를 지키고 있다.
이 밖에도 머스크는 슈퍼마켓 체인, 항공업, 금융업, 조선업 등 매우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덴마크 내에 많은 회사를 직접 운영하거나 지분 참여를 통해 덴마크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머스크는 항공업을 하고 있는 Maersk Air, 부동산 금융업을 하고 있는 Realkredit Danmark 등에 100%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덴마크 2대 슈퍼마켓 체인인 Dansk Supermarket도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머스크도 여느 글로벌 선사들과 마찬가지로 2009년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0년 사상 최대의 흑자를 실현하며 전년도의 불명예를 말끔히 씻어냈다.

2009년 머스크는 55억 크로네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의 손실이었다. 이에 머스크는 손실을 내 온 조선 사업은 접고, 페리 사업 부문 매각 발표를 하기도 했다. 닐스 앤더슨(Nils Andersen) 그룹 CEO는 “어디서 돈을 버는 지보다 어디서 수익을 못 내는지 찾기가 더 쉽다”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전년도에 인수한 스웨덴의 유조선사 브로스트롬을 인수할 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인수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으로 역대 최대의 손실을 최대 순익으로 전환해 2010년에는 282억 크로네(약 5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시기 머스크그룹은 본사 인원을 100명 감축했다. 또한 본사 조직을 그룹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코퍼레이트 센터와 서비스부문으로 재편성해 회계, 재무, 인사 등 그룹 관리업무에 250명을 배치하고 기술부문, 채용, IT서비스 등 서비스부문에 480명을 배치했다. 앤더슨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조직 개편으로 비용절감은 물론 담당업무와 조직도가 보다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도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 컨테이너 운송수요가 2009년에는 13% 감소했으나 2010년에 13% 증가한 것이다. 이에 머스크의 컨테이너 운송량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730만 teu이었으며, 평균운송비는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가스개발사업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13.5%와 43.1%가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여러 선사들이 손실을 기록하는 가운데 머스크라인은 흑자를 기록하면서 명성에 걸맞은 순이익을 올려 2011년 7월 기준, 전년 동기대비 10.2%가 늘어났다.

M&A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시장 지배력 강화

머스크라인은 시랜드, 사프마린, P&O 네들로이드의 M&A를 통해 규모를 키웠다. 또한 초대형선 컨선과 전용터미널을 꾸준하게 확보하며 독자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1999년 머스크는 미국의 시랜드를 8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로 인해 선박 250척, 선복량 50만 teu의 거대 선사가 됐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0년 말에는 사프마린까지 인수, 총 선박량 550척, 58만 teu의 선복량으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로 거듭났다. 지난 2005년 5월11일에는 지분매입을 통해 세계 3위인 네덜란드의 P&O 네들로이드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총 매입규모는 23억 유로였다.

P&O 네들로이드는 영국의 P&O사와 네덜란드의 Royal 네들로이드가 절반씩 출자해 만든 정기선회사로, 2004년에 P&O측이 자신들이 갖고 있던 주식 25%를 네들로이드 측에 매각하고 Royal P&O 네들로이드로 다시 출발했지만 그 이후에도 경쟁선사들이 매수 유혹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이 M&A로 머스크는 컨테이너선 549척, 선복량 150만 teu를 운영하는 사상 최대의 메가 캐리어(Mega Carrier)로 부상했다. 이는 전체의 19%에 해당하는 것이었으며, 세계 2위 정기선사인 MSC사의 2.3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또한 전 세계 6개 지역에 36개의 전용 터미널을 확보하게 됐다.
당시 머스크는 이 M&A의 목표가 선대 확충, 경영 노하우 및 네트워크 결합을 통한 서비스 개선, 인력 및 조직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운영조직의 5%, 약 1,500명의 인력감축이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지속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다

머스크그룹은 지속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이다. 최초로 디젤선박을 구입했으며, 화물선박 및 추적시스템 개발, IT와 EDI(전자문서교환시스템) 도입으로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타 사와의 경쟁구도에서도 일찌감치 독자노선을 채택해 격차를 점점 확대시키고 있다.
지난 1월에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스웨덴 이동통신사인 에릭슨과 사업제휴를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머스크의 전 선대는 모바일과 위성통신 기술을 구축하게 돼 통신의 사각지대이던 바다에서도 이동통신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사업제휴를 통해 에릭슨은 머스크라인의 선박 400척에 안테나와 GSM(세계무선통신시스템) 베이스 스테이션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머스크라인은 모바일 네트워크의 개선과 육·해상 간 이동통신의 혁신적인 통신체계를 구축하게 될 예정이다. 머스크 관계자는 “머스크가 모바일 통신기술과 연계한 첫 번째 선대를 제공할 수 있게 된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제휴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선대운영의 기회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머스크그룹이 오랫동안 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인재 관리다. 머스크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들이 회사 전반의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며, 또한 폭넓은 업무지도를 실시하고, 직원들의 리더십과 잠재력을 평가한다. 이렇게 정기적인 평가와 조언을 통해 잠재력을 가진 직원들이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머스크그룹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지구환경 보호 노력으로 지속가능 의무 수행

머스크그룹의 비전은 존경받는 세계적 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에 머스크는 국제적으로 승인된 UN Global Compact에 서약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의무를 수행해나가고 있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머스크는 인권, 노동권리, 환경, 반부패에 대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이를 더욱 향상시켜나가고 있으며, 머스크라인은 거시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과 연료소비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박 엔진의 성능 향상, 환기시스템 최적화, 효율적인 선체 제작 및 프로펠러 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시키고 있으며 연료전지 개발, 대체에너지 사용에 관한 연구 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효율적 에너지 사용을 위한 선체디자인, 프로펠러, 엔진 건설 등으로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직·간접적인 지구환경 보호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로 머스크라인은 2009년 감속운항으로 지속가능선사로 선정된데 이어 2011년에도 지속가능선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날 머스크라인의 지속가능팀 소렌 스팅 닐슨은 “국제 해상 운송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해운업계의 핵심 이슈다. 세계 교육 규모가 커지면서 해상 운송에 대한 우리 시각을 바꿔야 한다. 해운업이 저탄소 경제를 위한 솔루션에 동참하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머스크라인은 고객들과 NGO 파트너십을 통해 해운업계의 변화를 위한 광범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환경보호 노력으로 2007년 이후 컨테이너당 14%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했다. 또한 현존하는 최대 컨테이너선인 Emma Maersk급 보다 적재량이 16% 커진 1만 8,000teu급 Triple-E 컨테이너 발주로 아시아 유럽 간 업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0% 이상 감소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Triple-E’는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에너지 효율(Energy efficient), 친환경(Environmentally improved)을 의미하는 것으로, Triple-E는 선박의 길이가 400m, 폭 59m로, 기존의 E 급에 비해 각각 3m, 4m씩 커졌을 뿐이지만 2,500여 개의 컨테이너를 더 실을 수 있게 됐다. ‘Triple-E’는 오는 2014년 취역 예정이다.
긴 역사동안 절대강자로 군림하며 몇 차례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는 머스크그룹. 덴마크를 대표하는 그들의 행보에 덴마크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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