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살 수 있었던 피해자, 경찰의 늑장 대응으로 끝내 숨져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범죄가 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사기사건이 늘어나고, 생계형 절도가 성행하며, 마음이 각박해져 폭행사건도 빈번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살인사건은 다르다. 사회적 환경과 상관없이 그 어떤 경우에도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개인의 성욕해소나, 불순한 복수를 위한 것이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이러한 극악무도한 범죄를 예방하기는커녕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 공권력의 공백이다.

희대의 살인범 오원춘, ‘수원여성 토막살인사건’

경기도 수원에서 처참하고 충격적인 엽기 토막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1일 10시경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초등학교 부근, 공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던 28살의 곽 모씨가 납치됐다. 그녀를 납치한 사람은 42세의 조선족계 중국인 오원춘. 그는 범행을 벌인 다음날인 2일 경찰에게 붙잡혔으며 “길을 지나가던 곽 씨와 어깨가 부딪치자 그녀를 강제로 끌고 들어갔다. 성폭행 하려 했으나 그녀가 저항하자 짜증나서 둔기로 내리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사체를 훼손한 이유에 대해선 “미국 갱영화의 한 장면을 따라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그의 범행을 우발적 범행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경찰은 사건 당일 피해자 곽 씨는 가해자 오 씨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방문을 잠그고 112센터로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혔으며, 이를 통해 위치추적을 시도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녀와 연락이 끊기자 곽 씨의 휴대전화 마지막 발신 기지국 주변, 반경 300~500m 안을 탐문 수사했으며 그 결과 오 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순찰차 4대와 강력팀 35명을 동원해 범행현장의 상가와 편의점, 불 켜진 주택을 샅샅이 탐문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범인이 피해여성 휴대전화를 빼앗아 전원을 꺼버리는 바람에 위치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당시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체포 당시 오 씨는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곽 씨의 시신을 280여 점으로 토막 낸 후 검은 비닐봉지 안에 은폐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도주할 계획이었으나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붙잡히게 됐다.
그리고 지난 26일, 수원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검사 지석배)는 수원여성 토막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오 씨를 구속 기소했다. 오 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인 살인 및 사체 손괴 혐의에 강간 미수와 강절도 혐의를 더했다. 하지만 당초 관심을 모았던 오원춘의 추가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수사로는 오 씨의 여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수원지검 정상환 1차장검사는 “기소 후에도 오원춘의 진술 변화와 여죄 단서 확인을 위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경찰의 늑장대응 사건 가중시켜

이번 사건이 알려지며 112신고전화를 받고도 바로 출동하지 않았던 경찰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수사결과 경찰이 늑장 대응으로 인해 피해자를 구조하지 못했고 그로인해 상황을 더욱 극하게 몰았다는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성폭행당한 사실만을 말했을 뿐 장소에 대해 전혀 특정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피해자가 112신고센터에 전화한 녹취록이 공개 되며 경찰의 부실대응 논란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또한 당시 범인의 모습이 담겨져 있던 CCTV 영상도 6일 만에 찾아내며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거세게 일었다.

사건 당시 녹취록에는 피해자가 112신고센터에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저 지금 성폭행 당하고 있거든요. 뭇골놀이터 전의 집인데 어느 집인지는 모르겠어요.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뭇골놀이터 가는 길쯤으로요”라며 구체적인 위치를 전했으며, 이후 범인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아저씨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라는 피해자의 다급한 목소리도 담겨져 있어 당시의 공포스러웠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 또한 범인의 집으로 끌려간 상태에서 범인이 잠깐 자리를 비우자 문을 잠그고 다급하게 112에 신고전화를 했다는 피해자 증언도 생생히 담겨 있었으며, 이 녹취록은 범인이 문을 열기 직전까지인 1분20초 동안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바로 출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의 주소지가 전라북도 군산시인 것을 확인 한 후 군산경찰서에 공조를 요청, 0시55분에 피해자의 가족과 접촉 했으며, 이를 통해 ‘진짜 신고’임을 확인했다. 이어 신고접수 두시간만에 수원중부경찰서 권역 전 현장 인력에서 ‘성폭행, 못골놀이터 가기 전 지동초등학교 쪽 긴급출동’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출동을 한 경찰은 가해자를 바로 찾아내지 못했다. 불 켜져 있는 상가와 마지막 수신지 부근을 탐문 수사 했으나 가해자를 빠르게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 근처 한 상가 주인으로부터 “부부 싸움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제보를 들은 경찰은 신고접수 10시간 만인 2일 오전 11시40분 경 오 씨의 집에서 그를 체포했다.

경찰은 샅샅이 탐문 조사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주변 주민들은 “잠들기 전까지 경찰이 찾아온 적 없었고, 사이렌소리 조차 듣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경찰은 “경광등은 켰지만 늦은 밤이라 사이렌을 켜면 자는 주민들이 다 깰 수 있어 자제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많은 누리꾼들은 신고접수를 받은 13시간 동안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분통을 터뜨렸으며 앞서 용의자 오 씨가 경찰에서 “A씨를 납치한 후 집 안에 6시간 동안 감금했다가 2일 새벽 5시쯤 살해했다”는 진술에 따라 6시간 동안 곽 씨가 살아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난무했다. 이러한 경찰의 아닐한 태도에 국민들의 분노는 극으로 치달았고 모두가 공포에 떨기도 했다.

경찰의 태평한 대응 지적과 은폐 의혹

또한 앞서 알려진 바에 의하면 기존의 녹취록은 1분20초로 억지로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다는 것이 경찰의 주장이었으나 지난 7일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 녹취록은 밝혀진 것이 다가 아니었다. “살려주세요”라는 피해자의 음성과 비명소리, 그리고 테이프를 찢을 때 나는 소리 등이 담겨 있는 6분이 추가적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문제가 더욱 불거지자 경찰은 “112센터와 피해자가 대화한 이후 나머지 시간은 피해자가 전화를 떨어뜨려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며 “차마 이를 공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누리꾼들과 유족 측 모두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수원중부경찰서가 2일 관련 사건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피해 여성이 112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감췄던 것도 추가적으로 확인됐고 이는 지난 5일 경기지방경찰청이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거짓으로 밝혀졌다. 또한 초기대응 때 투입되었던 인력 11명 역시 강력팀 형사 35명으로 축소 확대하여 발표했던 것도 드러났다.
경찰의 태평한 신고전화 대응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녹취록에는 경찰이 다급한 피해자의 신고에도 불구, “지금 성폭행 당하신다고요?”, “자세한 위치 모르세요?, 누가 그러는 것이에요?” 등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는 급박한 상황에 긴급 출동을 해야 하는 경찰이 피해자가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으로 대응 한 정황이다.

한편, 경찰은 늑장 대응이 문제되자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6일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사과문을 통해 “경찰의 미흡한 현장 대응으로 국민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으며 이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장 지휘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관할서장과 형사과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당시 상황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 하겠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찰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분노와 두려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우발적 아닌 계획적 범죄

수사결과를 파헤치면서 새로운 사건 전말도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해자 오 씨가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그의 최초 진술과는 달리 6일 만에 근처 CCTV에 당시 범행 모습이 담겨 있는 영상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CCTV에는 오 씨가 범행을 면밀히 계획했다는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의 범행은 자신의 집 앞 전봇대에서 시작됐다. 집 대문과의 거리는 불과 3m, 집 현관문까지는 14m로 매우 가까운 거리였다. 여성을 밀쳐 끌고 들어갈 수 있는 동선도 미리 확보해 둔 것처럼 범행은 면밀히, 신속하게 진행됐다.

오 씨는 전봇대 뒤에 몸을 숨겨 곽 씨를 기다렸으며 곽 씨가 나타나자 갑작스럽게 뛰어나와 그녀를 밀쳤다. 당황한 그녀는 저항할 틈도 없이 오 씨의 집안으로 끌려갔으며 범행에 걸린 시간은 불과 13초에 그쳤다. 치밀하게 계획을 짜지 않았다면 여성을 납치해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기에는 무척이나 빠른 시간이다.
그의 범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의 금품을 빼앗고 두 차례 성폭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녀의 반항이 심하자 성폭행에 실패, 홧김에 옆에 있던 멍키스패너로 그녀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리고 2일 오 씨는 사체를 화장실로 끌고 들어가 도축하듯 그녀의 사체를 도려냈다. 첫 범행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치밀하게 280여점으로 세밀하게 토막을 냈다. 그는 처참하게 난도질한 그녀의 사체를 검은 봉지 14개에 나눠 하나 둘 씩 옮겨 담았으며, 봉지 하나 하나에는 20여 점의 살점 덩어리를 넣었다.

희대의 살인마 오원춘 그는 누구인가?

1970년 중화인민공화국 내몽골 자치구에서 태어난 오원춘은 조선족으로 초등학교 졸업 후 주로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인물이다.
그는 2007년 8월 취업비자로 처음 대한민국을 방문했으며,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을 8차례 오가며 제주도, 거제시 등지에서 주로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했다. 그는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중국에는 아내와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 씨는 그동안 왜곡된 성생활을 지속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시인 지난 1일도 사체 손괴 다음날인 새벽에도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40여 회나 다운로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원춘의 스마트폰에는 700여 장의 음란 사진이 저장되어 있었으며 전국을 떠돌며 막노동을 하던 그는 성매매에 많은 돈을 쓰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이틀 전에도 출장 성매매를 했던 것도 밝혀졌다. 제일 충격적인 사실은 범행 당일 시신을 훼손하며 음란물을 보는 엽기적인 행동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지난 26일 검찰은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했으며, 오원춘이 중국 거주 당시 양과 돼지를 도축한 경험이 있다는 고향친구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또한 범행 동기는 왜곡된 성생활 등에 의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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