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광우병 젖소 발견에 따른 촛불점화에 대한 우려

지난 2008년 우리 사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정부입장에서는 글로벌 경제교역을 위해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유지가 필요했고, 이런 측면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그러한 글로벌 정치의 한 부분이었다. 문제는 미국산 쇠고기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광우병에 대한 공포였다. MBC <PD수첩>의 탐사보도를 통해 드러난 사실들은 이러한 공포를 더욱 가중시켰다. 어떤 음식물이든 그것을 먹고 탈이 날 가능성이 단 0.1%라도 존재한다면 그것을 거부할 권리는 당연하다. 더구나 치료법조차 존재하지 않는 광우병이라는 괴질이 사실로 확인되었기에 당시 ‘촛불’로 대변되는 범국민적 저항은 일종의 건강에 대한 본능으로 풀이하는 것이 옳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됐다. 미국으로서는 2003년 이후 네 번째로 발견된 것이었으며, 2006년 이후 6년 만에 되살아난 공포였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8년 현 정부의 출범 직후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는 우리 사회에 많은 상처를 안겼다. 출범한 지 채 100일도 되지 않은 신생 정부가 레임덕을 방불케 하는 국정운영 혼란을 겪었고, 공포의 질린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늦은 밤까지 경찰과 대치해야 했다.
나날이 사회양극화가 가속화 되는 시점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이념갈등 조짐마저 드러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찬성하는 측은 친미 사대주의자, 반대하는 측은 반미 종북세력으로 매도 당했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이러한 갈등을 더욱 가중시켰다. 루머로 떠도는 일체의 내용에 대한 신속한 답변을 내놓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만 했다.

또한 정부는 ‘수입반대’라는 의사표현을 위해 평화적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했다. 오히려 ‘명박산성’으로 불리는 컨테이너벽을 쌓아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길을 가로막고 시위해산과 처벌에만 몰두했다. 이 과정에서 현 정부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되는 ‘소통의 부재’가 불거지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미국 내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될 경우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을 총리담화와 신문광고 등을 통해 밝히고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미국에서 광우병 젖소가 발견됨에 따라 논란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왔다. 그런데 정부의 대응은 그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총리담화와 신문광고를 통해 명확히 약속하고 공언한 사실에 대해 군색한 변명으로 얼버무리려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2008년 9월경 여야 합의에 따라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이다. 법률 ‘제32조 2항’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위생조건이 이미 고시되어 있는 수출국에서 소해면상뇌증(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여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할 경우 쇠고기 또는 그 제품에 대한 일시적 수입중단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수입중단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는 부분을 들이댔다. ‘중단한다’가 아니라,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젖소의 월령이 확인되지 않았고, 우리나라는 젖소와 30개월령 이상의 소를 수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현재의 상황이 국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여론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08년 못지않은 저항이 일어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들이 분노하고 우려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이다. 이는 정부가 이번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대처하지 말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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