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지역주의·올드 미디어와의 싸움에서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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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지역주의·올드 미디어와의 싸움에서 패배
  • 지유석 기자
  • 승인 2012.04.13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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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여전, 활동영역 넓히면 변화 주도할 수 있어
▲ 트위터 메인화면 ⓒ 시사매거진 지유석 기자

4.11총선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트위터 등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SNS)가 선거 판도에 미칠 영향이었다. 특히 트위터는 최근까지 치러진 선거에서 전체 판도를 좌지우지해왔다. 이번 총선은 향후 4년 국정운영의 향방은 물론 12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지녔다. SNS의 영향력은 향후 정국전망에서 중요한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 분명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SNS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총선이 임박하면서 트위터는 정권 심판여론으로 뒤덮였다. 트위터 사용자들의 주요 연령층은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 층이다. 이들은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며, 특히 현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이들은 또 4대강, 내곡동 사저 부지 불법매입, 10.26 재보궐 부정선거 의혹 등 권력형 비리에 대해 꾸준히 비판여론을 형성해 왔다. 이 와중에 민간인 불법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KBS새노조에 의해 폭로됐다. 이러자 트위터의 타임라인(글 입력창)은 정권을 비판하는 글이 폭주했다.

의혹이 폭로된 시점이 마침 총선이 임박한 시점이어서 트위터 여론은 자연스럽게 정권 심판으로 이어졌다. 야권으로서는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제기한 의제는 '정권 심판론'이었고, 트위터는 야권의 의제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트위터가 2010년 6.2 지방선거, 2011년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등 최근 몇 년 사이 치러진 굵직한 선거에서 판세를 좌우해 왔다.

이에 야권은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한명숙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독려 메시지를 남겼다.

강남을의 정동영 후보, 경남 사천의 강기갑 후보 등 수만에 이르는 팔로어를 지닌 후보들 역시 트위터 상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강 후보는 전매특허와도 같은 자신의 수염을 깎고 양복을 입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여론조사는 야권의 열세였다. 총선 직전까지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야당인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약 8~9% 포인트 차이로 뒤지고 있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3월26일부터 30일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이 39.8%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30.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4.11 총선의 실제 결과도 여당의 승리로 나타났다. 총300석 가운데 새누리당 152석을 차지해 원내 제1당의 지위를 차지한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127석에 그쳤고 통합진보당은 13석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트위터 상에 팽배했던 정권 심판론은 현실에서는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野 예상은 낙승, 결과는 참패

사실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야당이 낙승하리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우세했다. 외신들의 시각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분석기사를 통해 선거 직전 여론조사가 스마트 폰과 트위터, 블로그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주의적이고 소득 양극화 등 사회적으로 민감함 이슈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들이 야당에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선거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심지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마저 의회 과반을 차지한데 놀라는 분위기다. 트위터 타임라인은 탄식으로 넘쳤다. 실제 선거 당일, 트위터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지난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이른바 '투표 인증샷'을 올려 투표를 독려했고, 이에 젊은 층 및 야당 성향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향하게 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인증샷 올리기는 되풀이됐다. 이효리, 김제동, 김미화, 김윤아 등 유명 스타들의 인증샷 올리기를 주도했다.

조국 교수, 이외수·공지영 작가, 명진 스님, 안철수 원장 등 수 만의 팔로어를 보유한 이른바 '파워 트위터리언'들도 투표독려 대열에 앞장섰다.

파워 트위터리언들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재밌는 공약을 내걸었다. 명진 스님은 "빨간 가발을 쓰고 눈썹을 밀고 힙합바지에 개다리춤을 추겠다"고 약속했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안철수 원장은 "미니스커트 입고 춤추며 노래부르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독려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번 4.11총선의 총투표율은 54.3%를 기록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투표율이 높을 경우 야당이, 낮을 경우 여당이 유리할 것으로 봤다. 또 원내 1당을 좌우할 투표율을 55%로 잡았다.

실제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이 투표율 60.6%를 얻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반면 4년 뒤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46.1%의 투표율을 기록해 원내 제1당으로 부상했다.

트위터 상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비등한데다 유명인사들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투표를 독려했음에도 투표율은 저조했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원내 과반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과연 트위터는 밑바닥 민심을 가늠할 가늠자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것일까?

트위터, 지역주의와 소선거구제 앞에 힘 못써

선거결과를 분석해보면 트위터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다만 그 영향력이 제한적으로 표현되었을 뿐이다. 이번 선거결과는 여촌야도(與村野都)의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무엇보다 4.11총선의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에선 야당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48개 선거구가 걸린 서울의 경우 민주당은 30석을 차지해 16석에 그친 새누리당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경기지역 52개 선거구에서도 민주통합당은 29석을 확보해 새누리당(21석)에 비해 우세를 점했다. 또 민주당의 인재근 후보, 통합진보당의 노회찬, 심상정 후보 등 민주-노동계 인사들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수도권은 젊은 층 인구가 많고 한국 선거정치의 주요변수인 지역주의에서 자유로운 지역이다. 트위터 사용자 역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2011년 5월 현재 한국 트위터 이용자수는 약 579만 명. 같은 해 트위터 검색서비스인 트윗트렌드가 실시한 조사결과 트위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역은 서울(40.6%), 경기(10%), 부산(5%), 인천(3%)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지역에서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야권이 승리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위터 여론도 이 지역의 야권 승리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파워 트위터리언인 한겨레 신문의 허재현 기자는 "박근혜 대세론?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패배했다. 오피니언 리더인 젊은층과 수도권에서 박근혜는 약하다"며 야권의 수도권 승리에 의의를 부여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역시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했던 결과는 이루지 못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수도권에서 변화의 열망과 야권연대에 대한 지지가 확인되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야권은 참패라고 할 정도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정당득표율을 따져볼 때 야권은 패배하지 않았다. 정당득표율의 경우 새누리당 42.8%, 민주당 36.5%, 자유선진당 3.2% 통합진보당 10.3% 순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을 보수진영으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을 야권연대 진영에 놓고 득표율을 비교해 보자. 이 경우 보수진영은 46%, 야권연대 진영은 46.8%를 차지해 야권이 근소하게 우위를 점했다.

야권은 집권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과 부산·경남 지역, 그리고 강원 지역에서는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맛봤다. 새누리당은 대구·경북지역과 강원 지역을 휩쓸었다. 부산·경남에서는 단 두 곳만 야당에 내줬다.

새누리당의 영남지역 석권은 지역주의에 힘입은 결과다. 부산 사하갑의 문대성 후보와 포항 남구·울릉군의 김형태 후보의 당선은 지역주의의 극명한 사례다. 문 후보는 박사논문 표절 의혹을, 김 후보는 제수씨를 성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일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트위터는 두 후보의 자질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이 같은 자질논란에도 두 후보는 지역주의에 편승해 국회입성에 성공했다. 트위터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여론형성 기능이다. 하지만 이 기능도 지역주의의 벽을 넘는데 실패했다.

타임라인은 즉각 반응했다. 아이디 @PopeBB****는 "경상도 딱 떼서 팔아버리고 싶습니다. 도대체 사람이 사는 곳 맞습니까?"라고 탄식했고, 아이디 @cinemA****는 "도덕성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지역주의의 여전한 위용을 재차 확인하는 것은, 이번 선거의 교훈이다"고 꼬집었다.

아이디 @cla****2는 "국민을 탄압하는 반민주세력을 버팀목이 바로 경상도 사람들이다"면서 "물론 의도하고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 무지함의 대가가 대한민국의 파괴"라며 지역주의를 비판했다.

소선거구제 역시 트위터 여론의 영향력을 제한했다. 문재인, 조경태, 문성근, 김정길, 전재수, 최인호 등 야권의 대표인사들이 지역주의에 도전장을 던지고 부산·경남 지역에 출마했다. 문제인, 문성근, 김정길 후보는 트위터 이용에 적극적이었다. 이들 가운데 문재인(사상), 조경태(사하을)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표면적으로 볼 때 야권은 대표주자들을 내보내고도 패배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득표율을 따져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문재인과 조경태 후보는 각각 55%와 58.2%의 득표율을 기록해 당선됐다. 문성근(북강서을) 45.2%, 김정길(부산진을) 40.5%, 전재수(북강서갑) 47.6%, 최인호(사하갑) 41.6% 등 낙선 후보들도 40~45%대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부산·경남지역이 새누리당의 아성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야권인사들의 지지율은 약진이라는 평가다. 이 지역 야당 후보들은 지지율 40%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지지율은 36.7%에 그쳤다.

야권후보들은 이른바 '낙동강 벨트'에서 선전했다. 다만 지역구별 지지율 1위 후보를 당선자로 인정하는 소선거구제의 특성이 야권 후보의 의회진출을 가로막았을 뿐이다. 이와 관련, 부산지역 일간지인 부산일보는 "민주당은 사상과 사하을에서 승리해 2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면서도 "민주당은 기대했던 3~4석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부산진 갑, 사하 갑, 북강서 갑·을, 남구 을 등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을 3~8% 포인트 차이로 목전까지 위협했다. 여기다 31.8%의 정당득표율(18대 12.7%)까지 올려 현 정부와 집권여당을 강력히 견제한 것은 물론 고질적인 지역구도 타파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올드미디어의 집중 견제도 SNS 영향력 차단에 한 몫

트위터가 전국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신문, 방송 등 올드 미디어의 집중견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수도권에서와 달리 지방 유권자들은 연령대가 높고, 인터넷 보다는 올드 미디어에 친숙하다. 실제 지방 유권자들 대부분이 SNS의 개념조차 생소하게 여기는 실정이다.

올드 미디어가 사실상 정권의 홍보도구로 전락한 것도 트위터 영향력 차단에 기여했다. 신문의 경우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50%를 차지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노골적으로 친정부적인 논조를 견지해왔다. 이에 비해 방송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색채를 띠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KBS, MBC, YTN 등 공영 방송에 친정부 인사를 선임하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4대강, G-20 등 이 정부가 취임하면서 내걸었던 공약 사업에 대해선 상당한 전파가 할애됐다. 반면 강정해군기지, 한미FTA 비준 논란 등 정부에 부담스러운 쟁점들은 공중파 방송이나 주류 보수신문의 지면에서 속속 사라졌다.

올드 미디어의 영향력을 가장 극명히 드러낸 예가 바로 선거 막판 불거졌던 김용민 막말파문이었다. 노원갑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김 후보는 2004년 12월 한 인터넷 방송에서 "미국에 대해서 테러를 하는 거에요. 유영철을 풀어가지고 부시, 럼스펠드, 라이스는 아예 XX(성폭행)을 해가지고 죽이는 거에요"라는 발언을 했다.

보수신문인 조선일보는 이 발언을 집중 부각시키며 후보 자질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가 일제히 후보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다른 보수신문들도 가세해 김용민 후보 막말논란을 부풀렸다. 이러한 흐름에 편승해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향해 김 후보 사퇴를 압박했다.

그의 막말 파문이 주류 언론에 의해 불거지자 트위터는 즉각 반응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조선일보가 의도적으로 김 후보를 죽이기 위해 그의 과거발언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었다. 그러나 김 후보 막말 파문이 보수신문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은 뉴스에서 사라졌다.

이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정권친화적인 신문, 방송에서 생산해내는 편향적인 정보는 시청자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됐다. 인터넷 사용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 유권자의 경우는 특히 더 심했다. 더욱이 이 파문은 40대, 50대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까지 가져왔다. 4~50대 유권자들은 보수성향이 강해 이들의 결집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결국 김 후보는 고배를 들어야 했다.

이와 관련 파워 트위터리언인 시사iN의 고재열 기자는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이 김용민 막말 때문에 야권이 졌다고 말하는데, 정확히는 김용민 막말에 대한 조중동의 보도 때문에 진 것이다"면서 "막말은 문제지만 표절과 강간미수와 매국발언 보다 문제는 아니다. 그것을 더 문제로 보이게 한 조중동이 진짜 문제다"며 보수언론에 직격탄을 날렸다.

4.11총선에서 트위터는 힘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트위터 사용자들이 많은 수도권에서는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미미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지역주의와 보수언론 양쪽으로부터 견제를 받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정당 대 정당의 대결구도로 펼쳐지는 총선거의 경우 지역주의와 언론의 힘은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트위터는 한국 정치의 오랜 변수인 지역주의와 보수 편향적인 언론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셈이다.

SNS의 본격도입 이후 처음 치러진 총선거에서 트위터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에 국한된 사용권역을 꾸준히 확대해 나간다면 트위터는 변화를 주도하는 뉴미디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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