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시민 항쟁이 민주주의의 이정표 세워”

9년 만에 ‘임을∼’ 제창… 역대 최대 1만 명 운집

 
   
▲ 5·18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이 '국민 개방형'으로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가운데 추모객들이 통제를 받지 않고 입장하고 있다.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새 정부 출범 뒤 첫 국가기념일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정치권·각계각층 인사·시도민 등 역대 최대 규모인 1만여 명이 참석, 오월 영령의 넋을 기렸다.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은 4년 만이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오전 10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정신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5·18민주화운동 37주년을 맞아 5·18묘역에 서니 감회가 매우 깊다”며 “37년 전 그날의 광주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장면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먼저 80년 오월의 광주시민들을 떠올린다.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었다. 평범한 시민이었고 학생이었다. 그들은 인권과 자유를 억압받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광주 영령들 앞에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며 “오월 광주가 남긴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채 오늘을 살고 계시는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5·18은 불의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었다”며 “하지만 이에 맞선 시민들의 항쟁이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아울러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념식에는 5·18민주유공자와 유족뿐만 아니라 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 3·15의거기념사업회, 4·19혁명 단체, 4·3유족회, 4·3평화재단, 4·9통일평화재단,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4·16연대 등을 비롯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과 국민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새 정부 출범 뒤 첫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맞아 각당 대선 후보와 여·야 지도부 등 유력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당 중진 등 100명 안팎의 현역 의원들이 기념식에 함께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평가절하된 ‘5월 광주’를 되살리고, 폄훼·왜곡된 ‘그날의 진실’과 ‘광주 정신’을 되새기겠다는 정치적 의지로 읽힌다.
 
텃밭 호남에서 완패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도 패배의 아픔을 딛고 기념식에 참석했다. 당에서는 김동철 원내대표, 이용호 정책위 의장, 박주선 국회부의장, 천정배 전 대표, 장병완 산자위원장, 권은희·최경환·송기석·김경진 의원과 지방의원들도 대부분 자리했다.
 
바른정당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은 지난 17일 오전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만을 찾아 미수습자 가족들과 면담을 가진 뒤 오후에 5·18민주묘지를 찾아 ‘5월 영령’들을 참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기념식에 동행했다.
 
정의당에서는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심 대표는 지난해에도 전야제에 이어 기념식에 함께 한 바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박2일 일정으로 광주와 전남을 돌았으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윤장현 광주시장 등 광역자치단체장들도 기념식에 나란히 했다.
 
전국 시·도의회 의장들도 한 자리에 모였다.
 
전국 광역의회 의장들이 5·18 기념식장에 동시 집결하기는 37년 만에 처음이다.
 
5월의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도 9년 만에 제창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이 1997년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2008년까지 제창됐으나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합창'으로 진행돼 유족과 민주화단체 등의 거센 반발을 사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기념식은 개식·국민의례·헌화·분향에 이어 5·18민주화운동 경과보고·기념사·기념공연·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의 순서로 엄숙하고 경건하게 진행됐다.
 
예년과 달리 이번 기념식의 경과보고는 5·18 단체장이 직접했다. 경과보고는 5·18의 발생 배경과 전개 과정·의미 등을 참석자들에게 밝히는 주요 식순 중 하나다.
 
지난 1997년 기념식이 정부 주관으로 치러진 이후 줄곧 5월 3단체 회장이 발표자로 나섰지만 2009년부터 광주보훈청장이 맡아왔다. 5월 3단체가 경과보고를 하겠다며 힘겨루기를 벌이는 사이 정부 측으로 주체가 넘어갔다.
 
이후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경과보고 내용은 5·18 왜곡과 축소 논란의 중심에 섰다.
 
2년 전인 5·18 35주년 기념식에서는 경과보고를 광주보훈청장이 아닌 최정길 당시 5·18민주묘지관리소장이 대신하면서 정부 기념식의 격을 떨어뜨렸다는 비난까지 일었다.
 
이명박 대통령 때인 32주년 기념식에서는 대통령 기념사가 국무총리 기념사로 위상이 격하돼 광주 시민의 분노를 샀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이번 기념식은 5·18 정신을 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을 열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취임이후 첫 번째 열리는 국가기념식의 의미를 담았다”며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모든 분들이 불편함 없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행사준비에 만전을 기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을 비롯한 부산과 대전 등지에서도 지역 기념 행사위원회 주관으로 지역별 기념식이 열렸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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