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통신사의 파업이 경쟁사에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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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통신사의 파업이 경쟁사에겐 기회?
  • 칼럼니스트 이 활
  • 승인 2012.04.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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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파업 틈탄 고객확보 시도는 상도의 어지럽혀

현장의 기자들은 사실에 보다 더 근접해 나가려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하지만 열띤 취재경쟁 와중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즉각 사건 관련 정보는 기자들 사이에 공유된다. 정보 공유 필요성을 결정하는 기준은 바로 ‘독자의 알권리’이다. 즉 궁극적으로 독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정보공유는 이뤄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기자들은 경쟁자이자 동료다.

최근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인 Y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이러자 민영 통신사인 N사가 각 언론사에 “자사 콘텐츠를 한시적으로 무상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N사는 공문을 통해 “언론의 사명과 독자들의 알 권리 충족 차원에서”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Y사는 국내 언론시장의 공룡으로 군림해왔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은 결과다. 2003년 제정된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Y사는 국가 기간통신사 지위를 얻었다. 이에 힘입어 매년 300억 원이 넘는 국고지원을 받는다. 각 언론사의 뉴스 의존도도 무척 높다. 2001년 민영 통신사로 출범한 N사는 줄곧 Y사에 대한 국고지원 이 불공평하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실제 N사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Y사 노조가 지난 3월16일 파업에 돌입했다. 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가기간 통신사의 파업이었던 만큼 파급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먼저 출고 기사량이 급감했다. 이러자 Y사로부터 전재계약을 체결한 언론사도 기사 분량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Y사 의존도가 높은 K일보 등에서 영향은 현저하게 나타났다.

Y사 파업은 N사에게 기회일 수 있다. 출범 직후부터 N사는 Y사로부터 유형무형의 견제를 받아 왔다. N사 입장에선 그동안의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N사 스스로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 눈치다. N사가 각 언론사에 보낸 공문에 “본사에 기사와 사진 등 뉴스콘텐츠의 사용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문제는 파업의 성격이다. Y사의 파업은 처우개선, 임금인상 같은 ‘생계형’ 파업이 아니다. 기자들은 왜곡돼가는 언론의 가치를 바로잡고자 카메라와 펜을 내려놓기로 결단을 내렸다.
사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권 차원에서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의혹은 파업을 결의한 Y사 노조의 고백으로 일정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MBC, KBS, YTN 등 다른 기간 방송사들의 노조원들 역시 잇달아 정부가 취재 아이템 선정과 제작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정부의 언론개입은 나라밖에서도 우려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다. 영국의 유력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는 “정부는 늘상 주류 언론의 비판에 재갈을 물려왔다”면서 한국 정부에 직격탄을 날리기까지 했다.
N사는 Y사의 파업 이후 자사의 기사와 사진이 무단 재배포 되는 일이 잦아 콘텐츠 보호 차원에서 무상 제공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N사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 온데다가 소속 기자들의 처우가 매우 열악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또 N사가 Y사가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금을 불평등하다고 주장해온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N사의 입장은 궁색해 보인다. N사가 자사의 취재기사와 사진을 보호하려 했다면 무단 전재, 재배포 행위에 대해 엄중한 단속을 주문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언론계가 N사의 행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상도의를 거스르는 행위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N사 입장에선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 본연의 가치를 확립하고자 생계를 걸고 파업에 나선 동료들을 의식했다면 이런 행동에 쉽게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보다 큰 틀에서 보았을 때, Y사 기자와 N사 기자 모두 경쟁자이면서 동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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