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택에 매달려 평생 동안 빚을 지고 일개미로 살아갈 건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하다” 표현을 쓸 때가 있다. 매우 힘든 일을 겪어 절망을 느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우리가 의탁하고 사는 대자연의 거의 전부인 하늘과 땅. 이는 언제나 건재한 자연요소다. 두 존재에 문제가 생긴다는 건 인류의 멸망을 떠나 지구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땅은 사람의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근본이자, 터전이다. 그 위에 집을 짓고, 흙을 일궈 먹거리를 만들어냈다. 이는 인류가 이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 줄곧 이어지고 있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이렇듯 땅은 늘 견고했지만, 그 위에 인간이 짓고 일궈낸 것은 그리 견고하지 못했다. 기술문명이 최고로 발달했다는 21세기에서도 거센 태풍에 집이 무너지고, 농경지가 초토화되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허물어진 폐허 위에 다시 집을 짓고 땅을 일군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투자자들의 시선은 아파트에 고정돼 있다시피 했다.

이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의지가 높은 소비자들의 갈망과 맞물려 한 동안 아파트 매매시장은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인간이 만들어낸 것은 무엇이든 한계를 맞이하기 마련이다. 불과 몇 년 사이 아파트라는 부동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내놓아도 잘 팔리지 않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그나마 최후의 보루라 불리던 강남불패의 난공불락도 함락 직전에 놓인 듯하다. 결과적으로 아파트는 소유의 개념에서 임대의 개념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사람들은 아파트와 ‘내 집’에 대한 열망을 쉽게 놓지 못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몇 십 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그 빚을 갚아나간다. 하우스 푸어, 말 그대로 집 한 채에 인생을 저당 잡힌 채 평생 동안 일개미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아파트시장이 호황일 때는 빚을 갚는 동안 집값이 올라줘서 얼마간의 시세차익이라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끝 모를 하락세를 보이는 현재의 아파트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시세차익은커녕 초기 매입가에서 원금을 야금야금 까먹고 있는 꼴이다. 참 안타깝고 서글픈 현실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토지매매시장이다. 주택시장이 침체일로를 걷는 동안 토지매매시장은 예전의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가을바람에 낙엽이 떨어지듯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동안에도 ‘목 좋은 땅’은 그 몸값을 점점 높여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부동산이라는 거대 명제를 ‘주택’과 ‘토지’로 나눠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서 토지, 즉 땅은 부동산의 원천이자 재료로 인식되고 있다. 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다양하고 그 수가 적지 않다. 그 위에 무엇을 지을지, 또한 무엇을 일궈낼지는 그 사람의 몫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해낼 수 있는 터전이 바로 땅이라는 점이다. 불과 평당 3~4만 원에 불과했던 척박한 땅이 세종시 건설 확정 이후 단번에 몇 백만 원 이상으로 치솟은 사례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전국의 각 지자체가 지역개발에 혈안을 올리고 있는 데다 정부 역시 국토균형발전을 앞세워 개발사업에 매달리고 있다. 토지투자의 진면목은 이제부터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토지투자는 부자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식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영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좋은 파트너, 혹은 대리인을 만나면 그만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피 같은 돈을 선뜻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 최초 선택은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다. 능력을 키우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렇다고 단번에 모든 것을 파악한다는 보장은 없다. 해당 지역에 여러 번 가본다고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다. 한 지역에 몇 년을 있어야 돈이 눈에 들어온다. 당분간 지속하게 될 이 칼럼을 통해 그 신비롭고 흥미로운 법칙에 대해 독자들과 나누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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