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관행, ‘검은 돈의 실체’ 속살 드러낼까

정치권에서 풍문으로 떠돌던 ‘검은 돈’의 실체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300만 원의 돈 봉투가 오갔다는 고승덕 의원의 폭로에 이어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에서도 돈 봉투가 돌았다는 정황이 포착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전당대회 돈 봉투의 관행은 60~70년대 정치의 구습(舊習)으로 풀이된다. 군사정권 치하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강력한 지도체제를 필요로 했다. 중앙집권적 지도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율적인 힘은 역시 돈이었다. 당 내 각종 계파와 파벌이 충돌과 갈등을 반복하는 가운데 각 계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를 통로 오가는 ‘검은 돈’

우리 정치권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는 은밀하고 암묵적으로 횡행해 왔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뒷돈 거래’가 새삼스럽게 등장한 문제가 아닌 정치권의 오랜 악습이자, 구습이라는 의미다.
이번 폭로로 인해 이러한 돈 봉투의 망령이 어느 정도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어쩌면 더욱 은밀하고 치밀하게 거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방대한 조직력과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총선을 목전에 앞둔 상황인지라 이러한 우려는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장 많은 현역 의원들과 예비후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개최하는 출판기념회가 이러한 돈 거래의 창구로 의심받고 있다.

출판기념회에서 내놓는 돈은 정치후원금과 달리 정치자금법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출판기념회를 명목으로 오가는 돈의 액수가 제한이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중앙선관위에 수입내역을 보고할 의무가 없고, 회계감사의 대상도 아니다.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자금인 셈이다. 유독 선거직전에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몰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이 거둬들일 수 있는 정치후원금의 연간 한도액은 평시 1억 5,000만 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 원이다. 하지만 출판기념회에서 모금되는 후원금은 이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모든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한 통로로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혐의를 쉽게 지울 수도 없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에 가보면 으레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의 활동이 ‘공천’과 ‘당선’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그저 순수한 출판기념회 참석이라고는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출판기념회의 ‘활황’은 지난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된 후 기업후원금 등이 대폭 제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고승덕 의원 뜬금없는 폭로에 정치권 아수라장

고승덕 의원의 폭로 직후 검찰이 즉각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정치권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는 지난해 12월 고승덕 의원이 한 일간지에 칼럼을 기고하며 시작된 일이다. 당시에는 큰 주목을 끌지 못하고 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1월 초순, 고 의원이 한 종합편성채널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액수와 돈 봉투 살포 당사자에 대한 단서를 제시하면서 정치권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당초 고 의원의 칼럼은 당시 한나라당이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전당대회를 다시 여는 데 반대 의사를 밝히는 내용이었다. 이 글에서는 돈의 액수나 살포 당사자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없었다.

그 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이 사안에 대해 묻자 고 의원은 ‘300만 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와 ‘18대 국회에서 당 대표를 지낸 인사’라는 구체적인 단서를 제시했다.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사람은 박희태, 안상수, 홍준표 의원 등 세 사람인데, 고 의원이 파문이 불거진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홍 대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용의자(?)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안상수 전 대표 두 사람으로 압축됐고, 알려졌다시피 최종 혐의는 박희태 의장이 짊어지게 됐다.
이러한 고 의원의 폭로를 둘러싼 각종 논쟁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의도적인 폭로’라는 음모론이 난무하기도 했다. 음모론자들은 최근 고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을에 박 의장의 친척인 아무개 씨가 총선 예비 후보로 등록한 사실에 주목했다. 고 의원이 자신의 경쟁자이기도 한 아무개 씨를 견제하기 위해 그 ‘뒷배’인 박 의장을 의도적으로 ‘쳤다’는 주장이다. 물론 고 의원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에서는 박 의장이나 안 전 대표 모두 친이계로 일부 비대위원들이 ‘용퇴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친박계 사주설’을 제기하도 했다. 이는 최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위상과 입지를 크게 위협받고 있는 친이계 인사들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물론 고 의원이 주장하는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당 쇄신을 진행하는 과정이며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내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결단”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돈 봉투가 오고간 시점이 3년 전이라는 점과 당 쇄신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시기에 그야말로 뜬금없이 터져 나온 폭로라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만약 고 의원이 진정으로 ‘불합리한 관행 타파’를 원했다면 실제 사건이 일어난 2008년 전당대회 당시에 이를 공개적으로 알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각종 악재로 당이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고 의원이 ‘양심적이고, 청렴한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챙기기 위한 의도도 포함되어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수사 급물살, 그림자의 실체 드러낼까

이번 사건과 관련된 첫 구속자는 안병용 한나라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었다. 2008년 전당대회 당시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나눠주라며 구의원 5명에게 모두 2,000만 원을 건넨 혐의(정당법 위반)였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는 1월16일 오후 10시30분쯤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미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안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안 위원장은 검찰의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오자 “돈 봉투를 준 사실이 절대 없다”며 결백을 호소하기도 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사흘 전인 13일 오후 안 위원장은 서울 은평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실은 조작됐으며, 나를 희생양으로 삼아 특정세력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음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결국 구속 수감됐고, 이후 검찰수사는 돈 봉투 배포를 실질적으로 계획하고 지시한 핵심배후를 밝혀내기 위해 속도를 내는 중이다. 검찰은 전국 245개 당협을 대상으로 돈 봉투를 돌린 또 다른 당직자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날은 크게 두 방향을 겨누고 있다. 하나는 고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 원의 출처를 파헤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미 구속된 안병용 당협위원장이 은평구의원들에게 2,000만 원을 나눠주라고 심부름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밝혀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자금의 성격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전자의 경우 전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을 위한 교통비, 식비 등 실비지원의 성격이 짙고, 후자의 경우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조직관리 지원 차원에서 뿌려진 격려금에 가깝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하지만 이견이 없는 공통점은 박희태 당시 당 대표 후보의 선거운동에 사용됐다는 점이다. 1만 원짜리 지폐가 100만 원 단위로 묶여 있었다는 것과 이 돈이 노란색 봉투에 들어 있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에 검찰은 구속된 안병용 당협위원장에 대한 수사가 친이계 실세들의 박희태 캠프에 대한 자금지원 여부와 전당대회 자금 조성경위를 규명할 수 있는 핵심 고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수사방향은 금품살포를 지시한 ‘윗선’을 밝혀내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파장이 커진 후 잠적해 버린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의 행방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폭증하고 있다. 그는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의 재정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검찰이 넘어야 할 난관은 만만치 않다. 구속된 안 씨는 금품살포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사무실에 있던 전당대회 관련 문건은 모두 파기된 상태다. 이대로라면 윗선을 밝혀내기는커녕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사건의 실체를 규명해내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수사가 확대돼 검찰의 칼날이 한나라당 원내로 향할 경우 역시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이미 원내수사의 대상으로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 씨를 지목한 상태이다. 고 씨는 고승덕 의원이 돈 봉투를 받았다가 되돌려 줄 때 이를 받은 사람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이에 고 씨는 돈 봉투를 되돌려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돈 봉투 살포와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돈 봉투 직격탄 맞은 친이계의 몰락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친이계는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비대위 출범 이후 몰락의 수순을 밟고 있던 친이계의 운명에 더욱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형국이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위세를 떨치던 각 실세들의 권력누수 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박 의장은 연일 의장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 9단으로 불리던 그는 ‘버틸 때까지 버티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적 친정인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사퇴론이 강하게 터져나오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면, 현직을 유지한다고 해도 국회의장으로서 권위와 위상의 급격한 추락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구속된 안병용 당협위원장은 이재오 전 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이런 탓에 이 전 장관 역시 이번 파문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더구나 사건의 양상이 친이계 전반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 전 장관의 입장은 더욱 곤란해진 상태다. 정부 출범 초반에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권의 2인자로 불렸던 그는 이번 4월 총선에서 박근혜 세력에 맞선 친이계의 히든카드로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깃발도 제대로 올려보지 못하고 침몰하게되는 모양새다.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것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다. 이 의원의 측근인 박배수 보좌관이 금품수수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박 보좌관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10억 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와 함께 의원실 직원 4명이 각자의 계좌를 동원해 돈세탁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욱 큰 곤경에 빠지고 말았다.
이로 인해 이 의원은 12월11일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으로 급한 불을 끄려했지만, 이번 돈 봉투사건이 터지면서 그 효력이 크게 반감되는 분위기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탈당요구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그의 양아들로 불리는 정용욱 정책보좌역이 EBS 이사 선임과 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최 위원장의 ‘작품’으로 의심받고 있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사퇴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의 핵심실세로 불리던 4인방의 몰락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더구나 모두 ‘돈’과 관련된 좋지 못한 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더욱 심상치 않다. 이들이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멘토로 활동했다는 점 때문이다.  4인방의 몰락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의 임기말 권력누수현상, 즉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비대위 일부에서 ‘현 정부 핵심인사 용퇴론’을 제기했다. 이에 친이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빌미로 反박근혜 세력을 솎아내려는 음모’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폭로에 따른 또 다른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정면으로 맞붙었던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도 ‘돈 선거’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취임하고 “한나라당 내 계파는 없다”며 계파해체를 선언한 바 있지만, 이번 사건 이후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계파갈등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홍준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범친이계 인사들은 연대를 구성하고 박근혜 비대위를 견제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친박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당을 쇄신해 나가는 과정에서 구습과 비리를 척결해 나가는 상황인데, 계파갈등을 조장해 물타기를 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처럼 극단적인 정면충돌은 피해가고 있다. 상대진영을 향해 각종 폭로를 퍼부었던 당사자들이 트위터 등을 활용해 한 발 물러선 해명을 내놓는 등 애써 상황을 수습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렇듯 친이, 친박 양측이 확전을 자제하는 것은 검찰수사의 파장이 얼마나 커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안이 워낙 큰 만큼 두 계파가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닫다가 계파의 이익은커녕 당 자체가 붕괴되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도 돈 봉투 의혹

한나라당이 ‘금품 전당대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를 선출하고 지도부를 구성한 민주통합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예비경선에 참여한 한 후보 측 관계자가 투표 전, 행사장 2층 화장실에서 투표권을 가진 일부 중앙위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제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당시 수백만 원이 담긴 돈 봉투가 오갔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경선이 열렸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을 압수수색해 현장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TV 녹화기록을 확보했다.
앞서 특정 후보 측이 예비경선 하루 전인 24일과 25일 중앙위원들에게 150만∼300만 원씩 뿌렸다는 의혹도 제기된 있다. 당시 예비경선은 민주통합당 중앙위원 729명이 15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1인 3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결과 한명숙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박용진 이강래 이학영 후보 등 9명이 본선에 올랐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이러한 의혹이 한 인터넷 언론사와 KBS가 적극적으로 보도하면서 더욱 곤란한 처지가 됐다. 당 내부에서는 일단 해당 언론보도가 사실이 아니거나 오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민주통합당 돈 봉투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한나라당 돈 봉투 사건 수사팀에 배당하면서 특수부 검사 등 2명을 추가 합류시켰고, 이를 고발한 보수단체 관계자도 곧바로 불러 고발인 조사를 벌였다. 이번 사건은 ‘정치적 요소’가 다분한 만큼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수사균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돈 봉투 사건과는 달리 민주통합당 사건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고발장을 낸 보수단체도 언론 보도를 인용했을 뿐, 구체적으로 민주당의 어느 후보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돈을 뿌렸다는 것인지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與野, “정당 경선 선관위 위탁 합의”

이렇듯 돈 봉투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여야는 지난 1월11일 금품선거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중앙선관위에 정당의 내부 선거관리를 위탁하는 선거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협의를 개최해 정당경선을 선관위에 위탁해 실시한다는 데 합의하고 선거관리의 범위와 불법 행위 처벌 수준 등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 정당법 개정안 최종안을 마련한 뒤 이달 말 임시국회 회기 안에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합의가 현실화 되면 각 당의 전당대회 개최 시 중앙선관위가 전담해 관리함으로써 금품살포나 흑색선전 등 불법선거를 감시, 단속하고 주의, 경고, 고발 등 각종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여야의 극단적인 결정은 이번 사건이 공천권 등 실익을 노린 출마자의 사리사욕, 선거를 이용해 돈과 조직을 챙기겠다는 당협위원장의 욕심, 선관위 불개입 등 제도적 허점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전당대회는 일반인보다 대의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당 후보의 조직력이 당락을 좌우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또한 이러한 조직력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힘이 곧 돈이었다는 점이 우리 정치판의 현실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선관위가 전당대회 자금에 대한 직접 조사권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법 개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조사권이라는 실질적인 ‘칼’이 있어야 수십억 원이 동원되는 전당대회에서 보다 투명한 자금관리 및 통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등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돈봉투 실상을 엄정하게 밝히겠다던 두 정당이 처벌 조항을 완화하는 꼼수에 합의한 건 구태 청산의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호선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정당이 당내 선거도 해결 못해 비용까지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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