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경쟁, 무당파층의 표심 향방, 정권심판론의 반영 여부 관심

‘정치빅뱅 2012’의 첫 관문이 될 4.11 총선 레이스가 본격화 됐다. 이번 총선결과가 연말에 있을 대선에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는 탓에 그 열기가 더욱 뜨겁다. 그러니 지난해 중반부터 나라 안팎에서 터져 나온 정치, 사회적 변수들이 만만치 않은 탓에 총선결과는 물론, 이후 이어지게 될 대선의 향방 역시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다가오는 4.11 총선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관점포인트 몇 가지를 짚어본다.

與野 쇄신경쟁, 얼마나 반영될까

지난해 10.26재보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안철수 신드롬과 박원순 시민사회세력의 등장을 지켜봤다. 이는 안철수 원장과 박원순 시장이라는 두 신인의 정치무대 데뷔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지켜오던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안 원장의 등장 이후 처음으로 순위에서 밀려났고, 현재까지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에는 거대 야당인 당시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예비경선을 거쳐 당당히 서울시장 후보에 등극했다. 이 여세를 몰아 본선에서는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강남 3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승리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는 각 개인의 승리라기보다는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정당을 둘러싼 구태와 구습이 도마 위에 올랐으며 SNS를 중심으로 나타난 여론과 민심의 양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거대한 변화의 바람임을 방증하고 있었다.

이후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쇄신작업에 돌입했다.

10.26재보선 참패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한나라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실추된 위상과 향후 선거승리를 위한 대대적인 당 리모델링에 나섰다. 선거 직후 터진 ‘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 테러사건’에 당내 관계자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예정에 없던 박 비대위원장의 ‘조기 등판’이었으며, 당 안팎의 상황은 그야말로 ‘비상’이었다. 이렇게 등장한 박 비대위 체제는 당외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파격적인’ 비대위원을 중심으로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재창당을 뛰어 넘는 수준의 쇄신’을 선언하며 당명 개정에까지 합의한 상태다.

정당정치 불신의 또 다른 축으로 지목된 야권 역시 신속한 재편과 쇄신에 돌입했다. 제1야당이었던 옛 민주당은 친노세력과 시민사회세력, 그리고 노동계를 아우른 민주통합당을 탄생시켰다. 당초 기대됐던 진보정당을 포함한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대통합에는 실패했지만, 10.26재보선 승리의 원동력이었던 시민사회세력의 상당 부분을 끌어안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통합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 지난 1월15일 개최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당권을 장악함으로써 ‘박근혜-한명숙’의 여야 여성지도 체제 구도를 만들어냈다. 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공천혁명을 필두로 한 당 쇄신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정당의 완전통합은 일단 보류된 상태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 탈당 인사 등이 힘을 합쳐 통합진보당을 출범시켰고, 진보신당과의 통합 및 연대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라는 거대 정당들의 쇄신 드라이브 속에서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편인 통합진보당의 행보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4.11 총선에서 관심 있게 짚어봐야 하는 대목은 선명해진다. 진보정당들의 약진이 주춤한 상황 속에서 ‘박근혜의 쇄신’과 ‘한명숙의 쇄신’ 중 무엇이 민심을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다. 한나라당 박 위원장은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는 청와대와 확실한 선을 그은 채 재창당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현 정부의 핵심, 혹은 실세로 분류됐던 대다수 친이계 인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과 여권 실세를 중심으로 불거지진 각종 비리 의혹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비대위 체제가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각 사안들의 파괴력이 워낙 큰 탓에 당내 구주류가 용퇴하는 선에서 수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급하기는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도 마찬가지다. 총선과 같은 대규모의 전국적인 선거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정권심판론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박 위원장이 이미 정권과의 차별화를 선언한 데다, 10.26재보선 민심에서 드러난 정당정치 불신의 대상에 거대 야당인 민주통합당 역시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표 체제는 일부 전략공천을 제외한 모든 공천에 국민들이 참여하는 공천혁명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정권심판론을 바탕으로 하는 한나라당 쇄신 무용론을 펼치고 있다.
2007년 대선 이후 전면에서 한나라당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 쇄신안과 DJ계와 친노계 그리고 시민사회노동계를 모두 아우르는 인물로 평가받는 한명숙의 쇄신안 중 어느 것이 더 진정성 있게 유권자들에게 다가갈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安風의 연장, 세대 간 대결구도 형성되나

이번 총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선거구도다. 과거와 같이 보수 대 진보 혹은 지역 대 지역과 같은 단순구조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중반부터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각종 변수들 때문이다.
대표적인 변수가 바로 안철수 서울대 융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다. 선거정국이 시작되기 전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교수를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설과 직접 출마설이 설득력 있게 퍼져나왔다. 하지만 최근 안 교수 본인이 이 두 가지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부인한 터라 안 교수에 의한 직접적  파괴력은 어느 정도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지난 10.26재보선에서 확인된 무당파층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안 교수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가 ‘작심을 하고 한마디’라도 던지게 되면 지난 9월 초순 거세게 일었던 ‘안풍’의 근원지였던 젊은 무당파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들어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여론파워가 막강해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러한 선거 프로세스의 변화에 젊은 무당파층이 탑승할 경우 더욱 위력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풀이다.

각 지역구별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총선 도전자들이 SNS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장기간의 대화와 공감으로 형성된 결과가 SNS라는 점에서 단기간 내에 이 매체를 선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예비후보자들은 팔로워수가 많은 트위터리안을 캠프에 합류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심지어 이들 계정이 암거래 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어쨌든 안철수 원장과 그를 지지하는 젊은세대가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곧 세대 간의 대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지난 10.26선거에서 직접 확인한 바 있다. 다만 선거의 규모가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한편 일부이긴 하지만 안철수와 무당파층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10.26재보선 당시에는 박원순 후보와의 ‘아름다운 양보’라는 퍼포먼스가 신선하고 감동적으로 작용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이러한 비중의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측에서는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은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에 이미 반영되어 있으며, 따라서 추가적인 지지율 향상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역주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선거 지역주의는 색깔론과 함께 우리 선거문화 속의 고질적인 타파 대상이었다. 이른바 민주정부 10년을 거친 이후 색깔론은 거의 사라진 측면이 크지만 영남, 호남, 충청 등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뉘는 지역주의는 직전 선거까지 맹위를 떨쳤다.
전국 245개 지역구 중 수도권(111석)과 부산경남지역(35석)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이들 선거구의 승리가 곧 총선의 승리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을 두고 여야의 공방전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상대적으로 여권이 불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임기말과 겹친 선거시기다. 설상가상으로 권력형 비리의혹들이 속속 제기되고, 이들 사건에 대한 수사가 상당부분 진행되었다는 점도 여당으로서는 상당한 난관으로 제기된다.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연유다.
실제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서울 40석을 포함해 수도권에서 81석을 차지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당시 총선에서 대승을 거둬 다수당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당시 민주당의 수도권 의석수는 26석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당시와 180도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가라앉기 시작한 여당 열세가 지난 10.26재보선에서 바닥을 찍을 태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범야권단일후보로 나섰던 박원순 후보가 거대 여당의 미래주자 나경원 후보를 제치고 한국 정당 사상 첫 시민사회 시장이 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 조기 등판한 나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당 공천쇄신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결과 지난 1월18일 한나라당 비대위는 현역의원 25% 공천 배제, 245개 지역구 중 80%에서 개방형 국민참여경선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공천룰을 확정한 바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이번 총선에서만큼은 지역주의보다는 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서민정책 등이 선거의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야권, 통합의 방정식 풀어낼까

야권통합의 위력은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가장 큰 수혜자였던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 역시 학습효과를 통해 뼈저리게 인지하고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는 야권의 통합성사 여부다. 여기에는 범야권의 선거연대 성사 여부까지 포함된다.
계파갈등의 변수가 남아 있지만 하나의 깃발 아래에 있는 여당과는 달리 비슷한 총규모에도 불구하고 몇 덩어리로 흩어져 있는 야권에게 있어서 통합은 꼭 해결하고 넘어가 할 과제가 됐다. 이러한 이유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등장하게 됐으며, 이에 진보신당과 기타 시민사회노동세력이 규합하는 대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까지 이뤄온 야권통합의 연결고리는 ‘反이명박 정서’였다. 통합과 연대 없이는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상황도 반영된 측면이 크다. 하지만 본격적인 선거정국에 돌입하게 된 후에도 이 핵심고리가 단단하게 야권을 연결해 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승리를 위한 물리적인 통합과 연대는 이뤄낼 수 있을지 모르나, 지역구 지분 안배 문제 등 또 다른 현실을 두고 해결해야 하는 화학적 통합과 연대는 그리 만만한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과제가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가 여소야대 구조로 재편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필요충분 조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또한 야권의 통합 및 연대결렬로 과반수 선점에 실패할 가능성과 이를 성공해 과반수를 확보할 가능성. 두 가지 모두 향후 다가올 대선에서 승리를 가늠케 할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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