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투자 및 연구 필요한 분야에서 무리한 성과주의 추구 탓

결국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에는 ‘돈이 될 만한 다이아몬드’가 없었다. CNK인터내셔널(이하 CNK) 측은 매장량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은 수익성이 높은 다이아몬드가 다량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발표해 주가를 올렸다. 이러한 허위, 과장발표를 통해 오덕균 CNK 대표는 803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챙겼다. 금융위원회는 1월18일 증권선물위원회를 열고 불공정거래 혐의로 CNK 오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외교통상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장을 역임한 조중표 전 CNK 고문 및 안모 CNK 기술고문 등 전·현직 임원 4명과 일반 투자자 2명에 대해서도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돈이 될 만한 다이아몬드는 없었다

지난 1월18일 증권선물위원회는 “CNK인터내셔널 오덕균 대표가 2009년 1월, 제대로 탐사도 하지 않은 채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매장량을 4억 2,000만 캐럿으로 공표했다”고 밝혔다. 이 매장량은 세계 연간 생산량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모든 것이 과장되었거나, 거짓이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CNK의 이러한 허위, 과장 공표 이후 회사의 주가는 일시에 치솟았고, 오 대표는 유상증자와 주식 매각으로 803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에 금융당국은 2009년 1월 퇴직 후 CNK고문으로 간 외교부 제1차관 출신 조중표 전 총리실장이 허위자료를 2010년 7월 외교부에 전달, 2010년 12월 17일 배포한 보도자료 작성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해 6월28일 “외교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성급하게 공표해 주식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안기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다시 해명자료를 낸 바 있다. “외교부의 보도자료는 카메룬 정부의 발표에 근거하고 있으며 자원보유국 정부는 탐사 과정에서 엄격한 대조 검토를 했다”며 “카메룬 정부가 CNK에 개발권을 부여한 것은 탐사결과 보고를 공식 인정했다는 의미”라고까지 했다. 이에 하향 추세로 돌아섰던 주가가 다시 한 번 치솟았다.
외교부는 거의 패닉상태에 빠진 모습이었다. 외무고시 8회로 경복고와 서울대 영문과를 나온 조 전 실장은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외교안보연구원장 등 외교부 내 핵심 요직을 거친 아시아통이었다.

‘다이아 매장량 뻥튀기’ 알고도 모른척?

1월19일 민주통합당 김재균 의원은 “2010년 2월 CNK가 카메룬 정부에 제출한 조사보고서 확인 결과 모빌롱 등의 지역에서 1㎥당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나타내는 품위가 ‘0.00캐럿(cts/㎥)’인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개발타당성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보고서는 C&K가 현지 카메룬 대사관을 통해 외교통상부와 지식경제부에 보고한 것”이라며 “당시 매장량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사이에도 관련 부처들은 이 보고서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외교통상부 직원조차 왜 이 보고서를 참조하지 않았는지 미스터리하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면서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이 제공한 허위자료를 외교통상부가 그대로 인용해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주가조작을 도왔다는 금융당국의 발표는 정권실세로 의혹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외교부와 총리실 직원들이 CNK 주가조작과 관련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정황과 정부가 카메룬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매우 적다는 사실을 먼저 알았다는 정황이 연이어 나오고 있어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이 정부의 전현직 고위급 인사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확대되지 않을지 주목하고 있다. 먼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정태근 의원은 1월1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그동안 권력 핵심에 있었고 이 문제와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박영준 전 차관”이라고 밝혔다.

박 전 차관은 과거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카메룬을 방문했을 때 “CNK를 격려하고 지원키 위해 왔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국감 때 야당의원들은 박 전 차관이 추진했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집중 추궁하며 주가조작의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차관은 “카메룬 방문 당시 동행한 공직자들에게 주식을 사지 말것을 당부했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야당에서는 자원외교의 전면에서 활동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연루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은 1월19일 공직자들이 이번 사건을 ‘다이아몬드 게이트’로 명명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도입을 촉구했다.

또 다른 자원외교, ‘UAE유전’은 괜찮나

이번 사건으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학계 및 석유 관련 업계는 정부가 지난해 UAE와 맺은 MOU의 내용이 과장 홍보돼 자원외교의 성과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던 미개발 광구에 대한 한국의 지분참여 협상이 지연되자 협상내용 자체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당시 미래기획위원회와 지경부는 생산 중인 광구에서 최소 10억 배럴의 원유를 채굴하는 우선협상권을 확보했고 미개발 광구의 지분도 최대 100%까지 참여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석유업계에서는 “정부가 광구 개발에 우선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을 마치 원유가 확보된 것처럼 발표하고 미개발 광구의 지분을 100%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국제적인 사업 관행과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미개발 광구의 지분을 이미 40% 확보했으며 추가 지분 확보 협상도 올해 상반기에는 끝낼 것”이라며 “비축시설을 UAE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광구를 획득할 경우에만 해당하는 협상용 카드”라고 해명했다.
한편 비슷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성과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논란은 이미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과 이라크 쿠르드 원유 탐사의 사업성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렇듯 자원외교 성과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정부가 자원 확보를 중요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등 대통령의 최측근이나 정권 실세들이 전면에 나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애초에 자원외교라는 분야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인 투자와 검토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인데,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를 한 나머지 경제 아젠다로 분류되어야 할 자원외교가 정치적 쟁점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UAE에서의 원유 확보 논란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관련업계의 실무경험이 전혀 없는 공무원들이 해외 자원기업과 업무협약을 진행한 것도 문제가 됐다. 업무협약(MOU)은 실질적이고, 실무적인 사업협력 과정에서 거치는 일종의 약속 수준인데, 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 홍보한 것도 문제였다.
통상 중동 국가들은 정부가 광구 지분의 60%를 갖고 난 뒤 나머지 40%에 대해서만 해외 메이저 석유회사에 넘기는 구조로 사업을 해왔다. 중동 국가들은 100%의 광구 지분을 한 나라의 기업에 넘기는 것을 주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그간의 정부발표에 상당한 무리수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지경부 측은 “UAE 정부가 특정 국가에 우선협상권을 주고, 광구 지분을 100%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을 MOU에 명시적으로 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사실과 다른 것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던 2008년 2월 쿠르드 자치정부와 맺은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을 자원외교의 첫 결실이라고 홍보했지만, 4,400억 원을 들인 현재까지의 탐사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미얀마 해상 가스전 역시 빈 광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자원외교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잡음이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결국 외교통상부는 자원외교의 상징인 ‘에너지자원 대사직’ 폐지를 발표했다.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가 CNK 주가조작 의혹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에너지자원 대사직을 폐지키로 결정했다. 2008년 2월 자원외교의 상징으로 신설됐던 에너지자원대사가 불명예 퇴장을 하게 된 셈이다.
또한 외교부는 감사원 발표 직후 문제가 된 직원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는 등 발 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다. 김 대사에 대해선 곧바로 직위 해제 조치에 이어 1월27일 중앙중재위원회에 회부했다. 외교부는 또 다른 직원에 대해서도 인사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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