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둔화 우려한 한국은행은 7개월째 기준금리 동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13일 중앙정부청사에서 가진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물가당국이란 인식 아래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최대한 발굴해 물가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은행과 다수의 민간 연구기관이 올해 물가여건을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이란제재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고,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가능성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가능성도 잠재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경기 둔화에 대한 걱정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같은 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7개월째 3.25%로 동결한 것이다. 이에는 현재진행형인 ‘대외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방향에서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매우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특히 ‘더’라는 단어를 새롭게 추가하며 “성장의 하방위험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이라는 문건에서도 국내 경기 전망에 대한 표현이 지난해 12월에 “부분적으로 둔화되는 조짐”에서 “위축되는 조짐”으로 보다 센 어조로 바뀌었다. 김중수 총재는 “4분기 경제성장률을 지난해에는 전분기보다 1%, 전년 동기보다 4% 성장할 것으로 가정했으나 한두 달 후에 나오는 자료에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낮아지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고 현재 정보는 그렇게 보여주고 았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에 대해 위축이 됐다는 표현은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연초부터 물가상승 억제에 대한 한은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이번 금통위에서는 크게 고려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통화정책방향에서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움직임’이라는 새로운 문구가 추가됐지만 ‘중기적 시계’라는 표현도 함께 들어가면서 물가 대처가 급하지는 않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금리 정상화를 지속하겠다는 스탠스는 유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인플레 기대심리, 선진국 더블딥 위험, 국내 경제 분기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위험 등 3가지 조건이 맞으면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인플레 위험에 대해 경기 둔화 내지 침체 위험이 조건의 2/3를 차지하는 셈이다.
그런데 경기방향성은 둔화 가능성을 인정한 반면 관심이 높은 물가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처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오히려 당장 높은 물가에 대응하기 보다는 좀 더 중기적인 시계를 가지고 물가안정 정도를 점검하겠다고 밝혀 통화긴축이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물가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보다 2분기 인하를 예측하는 전망이 살아났다. 지난해 연말만 해도 인하 전망이 인상보다 다소 앞섰다가 올초 대통령의 강력한 물가잡기 의지를 피력하면서 수그러지는 분위기였다.
한편, 김 총재는 이날 논란이 되고 있는 물가 안정을 위한 지급준비율 인상 여부에 대해 기준금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준율을 인상하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대출금리가 상승해 간접 경로를 통해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하나의 공시 효과로서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를 나타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고물가, 고실업률에 고통 받았던 서민들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경제전문가 집단이 모여 있는 곳인 만큼 어련히 잘 조절하랴 싶지만, 몸과 마음에 각인된 고통을 떠올려 보면 마냥 편안하게 지켜볼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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