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리모델링 ‘청계천 재탄생’
서울의 흉물이 도심 공원으로 변모, 주변 상가 활기 찾고 변화주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청계천이 드디어 개통되었다. 처음에는 반대도 많았지만 ‘도심의 흉물’ 같던 고가도로가 철거되고 복원 공사가 진행되자 우려의 목소리는 하나 둘 찬사로 바뀌어 갔다. 여러 긍정적 변화들이 가시화되면서 복원의 타당성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외의 높은 관심 속에 ‘환골탈태’의 재탄생을 이룬 청계천. 청계천의 효과와 의미에 대해서 조명해 보도록 한다.


2003년 7월 청계고가를 뜯어내는 작업을 시작으로 2년 1개월여 동안 쉼없이 달려온 청계천 복원공사가 마무리 지어졌다. 청계천은 북쪽으로는 북악산과 인왕산, 그리고 동쪽의 낙산(낙타산)과 남쪽의 남산(목멱산)으로부터 흘러내리는 물이 서울의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던 개천이었다.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홍수가 나면 범람하는 바람에 온통 물난리를 겪었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건천으로 오염이 심했던 탓에 당시에도 청계천을 메워버리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금 청계천에 흐르는 물은 광진구 자양취수장에서 끌어올린 한강물이다. 이 물은 뚝도정수장에서 정수를 거쳐 청계광장 앞까지 매설된 약 1m짜리 용수관을 통해 청계천 시점부로 끌어올려진다. 10월부터 청계천에 흐르는 물은 대략 하루 12만t. 이 가운데 9만8000t은 한강물을 정수해 사용하고 나머지 2만2000t은 인근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지하수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원래 하천은 상류로부터 수량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평상시에 건천이 되는 특성을 가진 청계천이 인위적인 물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이렇게 끌어올린 물이 바닥으로 스며들지 않게 하기 위해 하상에 직경 50㎝ 정도의 돌을 평평하게 까는 차수공사를 마쳤다. 청계천 물은 2급수의 수질을 유지해 각종 수중생물이 자리잡고 살 수 있게 하고 주변은 친수공간과 생태공원으로 꾸며졌다.
서울시민의 입장에서는 청계천이 비록 이처럼 인위적으로 꾸며놓은 ‘인공하천’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또 하나의 휴식공간을 갖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시점부에 조성된 청계광장이다. 청계광장의 면적은 총 2,106평으로 광장과 이를 둘러싼 수변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청계광장은 우리나라 전통적인 보자기 형태의 디자인을 가져와 다양한 색상의 석재포장으로 우아한 전통미를 살렸다. 이곳에서는 청계천 축소모형인 청계 미니어처를 통해 복원된 모습을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청계광장이 웅장하고 세련된 모습을 자랑한다면 청계천 곳곳에 마련된 산책로와 휴식공간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도심 숨길 연 청계천
청계천 복원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매연과 소음에 찌들었던 서울 도심의 숨통을 터 준다는 데 있다. 하루 7만대가 통행하던 청계고가와 청계천로가 사라지면서 청계천은 들풀과 꽃, 물고기가 한데 어우러진 생태하천으로 변신했다. 특히 복원 이전 집쥐와 고양이만 들끓었던 청계천에는 자연하천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생물종들이 발견되고 있다. 복원공사 후 지금까지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황조롱이 중대백로 등 조류를 포함해 메기 버들치 잉어 피라미 송사리 미꾸리지 등이 관찰됐다.
또 청계천은 도심의 바람길을 살려주는 거대한 냉각수 역할을 한다. 콘크리트에서 나오던 열기가 물이 흐르면서 식어 하천 주변온도를 2∼3도씩 낮추는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청계천 기온을 서울 평균 기온으로 나눈 ‘열섬지수’가 고가 도로 철거 전인 2003년 1.59에서 올해 7월에는 1.12까지 떨어졌다. 연구원 관계자는 “청계천에 물이 흐르면서 주변의 기온을 낮추는 것은 물론 도심한 가운데 바람길 역할을 하면서 풍속까지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천 복원공사는 서울 도심의 미관을 하천중심으로 리모델링하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그동안 청계천 일대는 지리적 잇점에도 불구하고 재래상가가 밀집해 개발자체가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복원공사가 마무리되자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상권까지 이동하면서 청계천 일대가 완전히 탈바꿈되고 있다. 실제로 청계천변의 대표적 흉물로 지적돼온 황학동 삼일아파트의 경우 20년가까이 지지부지하던 재개발사업이 최근에야 비로소 시작돼 철거작업이 진행중이다. 이 부지에는 유명건설회사가 짓는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청계천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도 외식업체나 커피전문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서린동 갑을빌딩의 경우 아예 빌딩이름을 주소지를 딴 ‘청계일레븐’으로 바꾸고 1∼2층에는 유명 외식업체가 입점을 준비중이다. 또 동대문 일대 의류상가도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착수했으며 청계 5∼6가에 밀집한 헌책방들까지도 복원공사 준공을 앞두고 곳곳에서 재단장이 한창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폭등, 청계천을 조망할 수 있는 마장동 현대아파트 32평형의 경우 복원공사 이전보다 무려 8,000만원 가까이 가격이 뛰었으며 일부 대로변 땅값도 평당 1억을 호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복원공사는 하천 및 역사?문화복원이라는 본래의 취지는 물론 이 일대를 서울의 랜드마크화 시켰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활기 되찾은 주변 상가 '새단장'
이밖에도 서울시는 청계천 곳곳을 문화공간으로 꾸며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눈에 띄는 것은 다산교와 영도교 사이에 되살려낸 ‘청계 빨래터’. 청계천은 아낙네들에게는 빨래터로, 아이들에게는 놀이터로 활용됐다는 사실에 착안한 발상이다. ‘소망의 벽’도 눈길을 끈다. 청계천 복원사업에 국민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기획된 소망의 벽은 참여자가 직접 만든 타일로 벽화를 조성한 것이다. 이 작품은 청계천 하류구간인 황학교와 비우당교 사이의 좌우양안 각 50m구간에 2.2m 높이로 구성됐다. 이 벽화를 조성하는 데 참여한 시민은 모두 2만 명.
청계천과 성북천이 만나는 지점인 무학교 상류에는 존치교각 3개가 남아 있다. 청계천 복원공사가 하나의 역사이듯 청계고가 역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므로 이를 완전히 철거하지 않고 남겨둔다는 의미이다.
공사가 완공단계에 접어들면서 청계천을 따라 각종 신축건물이 올라가고 기존에 난립했던 점포들도 간판을 새롭게 교체하는 등 주변도 활기를 띠고 있다. 청계천 완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교통문제. 청계천 복원에 따른 교통체증은 서울시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과 인근 상인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었다.
서울시측에서는 “복원사업에 따른 청계천로 차로축소 및 승용차 이용 자제와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시민들이 사전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또한 교통대책 시행과 아울러 안내시설의 설치 및 안내인력의 현장 배치로 교통안내를 강화하여 공사 착공 초기의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실제로 청계2가에서 동대문운동장으로 빠지는 편도 2차선 도로 가운데 우측 한 차선은 거의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실정이어서 평일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있었다.
앞으로도 서울시에서는 도심가로에 대한 일방통행제 확대 등 도심소통체계개선과 중앙버스차로제·도심순환버스도입 등 대중교통 이용편익 증진, 승용차 자율요일제 등 승용차 이용억제 등을 통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청계천에 물이 흐르기 시작한 뒤 아직 본격적인 홍수를 겪지 않은 것도 우려를 낳고 있는 부분이다.

청계천 상인 66.8% “복원사업 잘 돼”
한편 청계천 주변지역 상인 10명 중 7명 가량은 청계천 복원 사업이 잘 진행됐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종로구와 중구, 동대문구, 성동구 등 청계천 주변지역 상인 509명을 대상으로 청계천 복원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청계천 복원 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잘 진행됐다’는 평가가 66.8%인데 비해 ‘잘 진행되지 않았다’는 31.2%에 그쳤다. 또 복원 사업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잘 진행될 것’(77.6%)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것’(21.0%)보다 훨씬 많았다.
청계천 복원이 완료된 후 업종 변경이나 이전 계획이 있는 지를 묻는 질문에는 74.9%가 ‘없다’고 답했고 ‘이전하겠다’(22.9%)나 ‘업종을 변경하겠다’(2.2%)는 소수였다. ‘이전하겠다’는 상인 중에는 청계천 이외 지역으로 옮기겠다는 경우가 83.8%였다. 상인들은 또 청계천 복원 후 우려되는 문제로 교통(78.2%)를 가장 많이 꼽았고 그 다음은 환경(9.6%), 사람들 사이의 갈등(6.7%), 문화시설 부족(4.3%) 순이었다. 교통 분야 개선 사항으로는 ‘주차장 확보’(63.5%)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교차로 유턴 확충(17.7%), 횡단시설 보도 확충(12.4%), 대중교통 노선 조정(6.0%), 교통 체증(0.2%) 등이 뒤를 이었다.
청계천 복원 공사 착수 이후 환경 분야별 개선도에서는 일조량이 61.1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다음은 악취(56.5점), 대기상태(55.6점), 수질(54.4점), 소음(52.0점) 등의 순이었다.

주변지역 상가 줄고 근린시설 늘어
대표적인 ‘공구상가’ 거리였던 서울 청계천 주변지역이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근린생활시설 등 서비스 시설과 주상복합시설 중심의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임희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계획설계연구부 부연구위원은 지난 2002년 7월 청계천 복원 계획이 발표된 이후 이 일대에서 벌어진 건축행위로 건물들의 용도가 어떻게 바뀌었나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복원 계획 발표 뒤 모두 245건의 건축행위(개보수, 신축, 증축)가 있었는데 이중 38%인 94곳이 당초 각종 소비재나 산업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 관련 점포였다.
그러나 건축행위 후 산업 관련 점포는 1곳으로 줄어든 반면 245곳 중 단 1곳도 없었던 슈퍼마켓, 소규모 음식점, 이·미용원, 의원 등 근린생활시설이 135곳(55.1%)이나 새로 생겼다.
또 산업점포들은 권역에 따라 도심권의 경우 주로 오피스텔과 숙박시설로, 동대문 권역에서는 숙박시설과 판매음식점으로, 도심 외곽권에서는 주상복합건물과 점포 주택으로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청계천 주변 보행로를 지나는 보행 인구는 세운상가 일대에서는 줄어든 반면 두산타워 등 패션업체 일대에서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복원 공사 전인 2003년 전반기와 공사가 마무리에 접어든 2005년 전반기 보행량을 비교한 결과 전기, 전자 및 기계, 금속 상가가 밀집한 세운상가 구간의 평일 보행량은 공사 전 시간당 1,780명에서 공사 후 시간당 1,220명으로 감소(-31.38%)했다.

서울시의 ‘지나친 부풀리기’ 비난도
그러나 청계천 복원을 앞두고 서울시가 내놓은 각종 청계천 관련 연구결과를 두고 ‘지나친 부풀리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복원공사도 안 끝난 청계천으로 인해 도심 공동화가 멈췄다는 주장에서부터, 벌써 청계천 인근 사업체수와 종사자수가 늘었다는 연구결과를 잇따라 발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를 두고 서울시가 청계천에 너무 집착, 각종 통계를 꿰맞춰 과잉홍보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9월 12일 ‘청계천 복원에 따라 도심부 인구 20여년 만에 인구감소 둔화’라는 제목의 연구결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이 자료는 1980년 이후 매 5년 단위로 도심부 인구가 5% 이상 줄었으나 청계천 주변은 인구 감소율이 평균 0%대로 둔화됐고, 일부 구간은 상승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자료는 2002년 6월 대비, 2005년 6월의 도심의 인구는 9%, 가구수는 1.2% 각각 감소한 반면, 청계천 주변은 같은 기간 인구는 5.7% 감소한 대신 가구수는 2.2%가 늘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자료대로라면 아직 복원공사도 끝나지 않은 청계천 때문에 도심으로 인구가 전입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계천 주변 인구가 늘어난 것은 도심재개발 등에 따른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입주와 재건축 등으로 하류 지역 입주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2001∼2002년 집값상승랠리 때 너도나도 재개발·재건축에 나선 결과라 할 수 있다.2005년 7월부터 올 6월까지 청계천을 포함한 도심지역에서는 집값상승 랠리때 건축을 시작한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아파트 1만9,000여가구가 입주했다.
한편 앞서 시정개발연구원이 낸 연구 결과 가운데 ‘청계천 복원사업 착공 이후 주변 사업체나 종사자수가 늘었다’는 것도 그 효과를 과장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조사기간이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된 8개월여가 지난 2004년 2월까지의 통계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청계천 띄우기가 자칫 청계천을 복원,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본래의 의미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청계천 물은 어떻게 흐를까
청계천 물은…하루 12만t, 연 18억여원 소요
청계천을 도심 속 생태하천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12만t의 물이 필요하다. 특히 청계천은 장마철이나 큰비가 오지 않으면 물이 흐르지 않는 마른하천이기 때문에 시는 한강물과 지하수를 끌어와 청계천 유지용수로 쓰고 있다. 한강물은 잠실대교 인근 자양취수장에서 하루 9만8,000톤을 끌어올리고 청계천 인근 광화문역등 12개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지하수도 2만2,000여톤 사용된다.
취수장에서 퍼올린 물은 6㎞의 관로를 따라 뚝도 정수장으로 흘러 정수, 소독 등 처리과정을 거친다. 정수된 물은 다시 대형모터펌프를 이용해 청계광장, 삼각동, 동대문, 성북천 하류등 4개지점으로 나눠져 흘러든다. 이를 위해 자양취수장과 뚝도 정수장에서 각각 150마력짜리 모터펌프 4대와 대형변압기가 일년 내내 가동된다.
청계천복원추진본부 관계자는 “청계천에 사시사철 물을 흘려보내기 위해서는 하루 240만원의 전기료를 비롯 인건비등을 포함해 연간 18억여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년간 진행된 청계천 복원공사에는 총 3,900억원이 투입됐다. 지하철 1㎞를 뚫는데 1,000억원, 한강다리 하나 건설하는데 2,500∼3,000억원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계천 복원공사비는 그다지 큰 돈이 아니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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