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폭행 사건 재점화, 정치권까지 들썩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한 영화 속 대사가 지금 대한민국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원작으로 제작된 황동혁 감독의 동명영화 ‘도가니’는 지난 2005년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장애인 성폭력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어 온 국민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으며,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사람들에게 고발했다.
 

 

‘도가니 신드롬’으로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한편이 전국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것이다. 이로 인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드러내는 반작용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도가니 신드롬은 사회적 약자인 아동 성범죄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적 문제로 부상시켰을 뿐 아니라 장애학생 성범죄에 대해서도 심각성을 제기했다는 데에 그 의미가 깊다.
장애학교 교직원들이 5년 동안이나 학생들을 상대로 파렴치한 성범죄를 저질러 왔던 실체들이 영화를 통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동 성범죄 문제 전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가 지난 9월25일부터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성폭력 사건 재조사 요구 청원에는 닷새 만에 6만 5,000여 명이 참여했으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전개하는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100만 명 서명운동’에도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동 성범죄자들을 다루는 사법시스템에 대한 비난 여론까지 거세다. 2007년 인화학교 전 교장 등 피의자 6명 대부분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데 그치거나 아예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조차 받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시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지난 9월22일 개봉한 영화 ‘도가니’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이 사건은 많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개봉한 이래 5일 만에 100만 명, 11일 누적관객 385만 5,816명을 기록해 흥행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 청각장애 특수학교 ‘인화학교’ 사건전말

광주 청각장애 특수학교 ‘인화학교’ 사건전말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 동안 광주에 위치한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인화학교에서는 교장과 행정실장을 포함한 학교 관계자 6명이 초·중·고등학생 9명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하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2005년 6월22일 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성폭행 사실이 제보가 된 후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7월8일에는 2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성폭력 대책위가 결성되어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05년 11월1일, MBC PD수첩에서 <은폐된 진실, 특수학교 성폭력사건 고발>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방송 이후 전 행정실장과 재활교사 등 2명은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 후 2006년 5월16일부터 242일간 재단임원 해임 명령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이 이어졌고, 8월21일에는 국가인권위와 임원 해임권고와 추가 가해자 6명 또한 고발되었다.

 

광주인화학교는 2007년 9월27일, 재단과 대책위에 참여한 교사에게 파면이나 임용취소, 정직, 감봉 등의 징계를 처음 외부에 알린 보육사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결국 해임했다. 이후 10월10일 성폭력 전임 교장이 징역 5년 구형을 선고 받았다. 7년 만에 죗값을 치르게 되었던 셈이다. 성폭력 가해자 6명 또한 형사 고발되었고, 성범죄 행위를 은폐 해오던 교사 2명도 추가 고발 되었다.
하지만 고발된 가해자 6명 가운데 4명은 실형을 선고 받은 반면, 2명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으며, 성범죄를 은폐해온 교사 2명은 아예 처벌에서 제외됐다. 특히 1심에서는 징역 5년의 실형을 받고 복역을 하던 교장이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고, 다른 가해자 2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이 사건은 솜방망이 판결로 조용히 묻히는 듯 했다.

그러던 중 2009년 6월, 작가 공지영이 소설 <도가니>를 출간했다. 이 소설은 포털 사이트에 연재되기도 했다. 당시 이 소설은 누적 조회수를 1,100만을 넘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공 작가는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며, “그것은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였던 것 같다”고 소설을 쓰게 된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한편 광주인화학교의 교장은 2011년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은 채 암으로 사망했고, 성폭력 가해자, 책임자는 정상 출근을 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다시 한 번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2011년 9월22일, 영화 ‘도가니’가 개봉했다. 주연배우이자 묻힌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고 고군분투하는 역할을 열연한 공유는 한 인터뷰에서 “군대 병장시절 진급기념 선물로 소설 <도가니>를 읽게 되었다”며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영화로 반드시 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내가 느꼈던 심정을 함께 공감했으면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계기로 탄생한 영화 ‘도가니’의 파급력은 심히 놀라웠다. 개봉 첫날 주요 극장에서 60%가 넘는 예매율을 기록했으며, 순식간에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할 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도가니’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이런 흥행에 힘입어 소설 속 실제 사건이 일어난 광주인화학교의 재조사 여론이 들끓었다. 또한 일각에서는 광주인화학교를 폐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말 그대로 우리 사회는 ‘분노의 도가니’ 상태에 빠졌다.

죄질에 비해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

죄질에 비해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도가니’에서 사람들이 분노를 감출 수 없었던 것을 그들이 저지른 죄질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는 점이 제일 크다. 또한 영화 속 재판과정에서 드러나던 온갖 권력의 실체들이 막강한 힘으로 사건을 은폐해 버렸다는 사실 또한 모든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보다 분명한 점은 직접적인 범죄를 저지른 교장과 교직원들의 죄질이 나쁘다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침묵하는 교직원과 뇌물로 인해 사건을 은폐하려던 지역경찰, 서로 자기일이 아니라며 사건을 떠넘기기만 했던 교육청과 시청공무원, 사법계의 전관예우까지 돈과 권력으로 얼룩진 부패의 내막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2005년 사건당시에는 관련 법안이 가해자인 교장이 1심에서 징역 5년, 추징금 300만 원을 받고 법정에서 구속되었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실은 교육자의 파렴치한 범죄에 비해 처벌이 공정한 것인가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흔히 이야기 하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이러한 처벌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령에 근거하여 나온 판결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으나 그런 법령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낯설어하는 사람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당시 상황상 1심에서 고소취하를 하면 아예 재판이 중지되지만, 2심부터는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재판이 계속된다는 법령이 있다. 1심에서 고소를 취하한다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고소를 했던 피해자들이 2심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 수사를 맡았던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한 변호사는 “1심에서 고소를 취하하면 재판이 중지되어 형을 받지 않아도 되는데 2심에서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인화사건에 대한 처벌에 대해 언급했다. 그래서 2심에서 처벌을 안 할 수 없으니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2005년 당시의 법률은 청소년 강간도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 처벌을 할 수 있는 ‘친고죄’를 내용으로 한다. 이 법률은 지난해 4월 아동·청소년에 관한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를 하지 않더라도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법률 개정이 이루어 졌다.
하지만 여전한 사실은 지금도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는 친고죄를 적용하지 않지만, 14세에서 19세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하지 않거나 합의를 해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처벌할 수 없는 친고죄로 규정이 되어 있는 사실이다.
도가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성폭력 범죄와 관련한 법률 제정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친고죄 폐지를 비롯해 보완책 마련에 시급해 있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형량에 따라 공소시효가 달라지는 장애인 성폭행은 새로운 범죄사실을 들었다 해도 법정에서 증거 능력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범죄행위가 일어난 지 최대 10년, 사건이 종결된 지 6년이 지난 상황에서 관련의혹에 대한 새로운 혐의를 밝혀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장애인 성폭행의 공소시효는 7년이 적용되는 것이 현재까지의 판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큰 이유다.

경찰, 특별수사팀 꾸려 재수사

경찰, 특별수사팀 꾸려 재수사많은 사람들이 장애인들의 인권과 안전확보에 한 목소리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청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서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 28일 특별수사팀을 꾸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5명과 광주지방경찰청 성폭력 전문수사관 10명이 추가 성폭행 사례를 수집하도록 하고 전담수사에 착수했다. 또한 관할 행정당국의 관리감독과 적정성여부, 인화학교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과 비리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현재 광주시교육청은 인화학교의 폐교를 기정사실화하고 후속 대책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5년 사건발생 당시 교육감은 지난 10월11일 사의를 표명하고 현직에서 물러났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드러내는 반작용도 가히 폭발적이다. 장애학교 및 시설에 대한 실태 조사와 다른 피해상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며, 그에 따른 대책 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이는 사건이 폭로된 지 6년여 만에 이뤄진 조치라는 점에서 쓸쓸함을 감출 수 없는 대목이다.

광주인화학교 사건, 일단락
광주인화학교는 지난 10월10일 광주교육청으로부터 인화학교 법인에 위탁교육 취소를 사전 통보 받았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10월24일 인화학교에 대한 청문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학생들은 11월부터 다른 곳에서 수업을 받게 됐다.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는 “학부모들이 모두 전학에 동의해 학생들이 다음 달부터 다른 곳에서 수업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내년 1년간은 다른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후 2013년부터는 신설되는 공립 선우학교로 배정되어 수업을 받게 될 전망이다.

현재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는 영화 ‘도가니’로 인해 뜨거워진 관심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고 있으며 이 같은 이유로 학교 학생들의 전학 후 교육에 대해서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광주시교육청은 10월16일 이후 학생들의 전학 방침을 최종 발표했다.
앞서 10월3일, 광주시청과 교육청, 광산구청,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은 사회복지 법인 우석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진 바 있다. 또한 인화학교 교사 중징계와 사회복지법인 우석에 대한 허가, 인화학교 장애학생 위탁교육 취소, 인화학교 폐쇄 조치도 발표했다. 광주시교육청 또한 인화학교의 특별감사 결과로 전체 20명 중 30%에 해당하는 인원인 교사 6명을 해임 등 중징계 할 것을 학교법인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학교에 재직하던 교사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1996년과 1997년 광주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의 가해 교사들이 현재에도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중 1명은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2005년 당시에 공소 시효 만료를 이유로 사법처리 되지 않고 복직된 교사 중 한 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광주지방경찰정은 10일 이 학교 교사 2명의 성추행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광주시 교육청에 통보했다고 알렸다.
이 두 교사 중 한 명은 1996년 학교 옆 뒷산에서 야외 수업 중 피해 여학생을 따로 불러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후에 성추행을 저질렀으며, 또 다른 교사는 1997년 학교 2층 교사 휴게실에서 피해 여학생에게 혼자 청소를 하도록 지시한 후에 그 곳에서 성추행을 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죄행위는 지난 6일 피해 여학생이 진정서를 제출했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결과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의 법적 처벌은 공소시효가 지나 불가능한 상태라고 알려졌다.

 

한편 2006년 8월부터 2010년 8월까지 교장으로 재직하던 A씨가 경기도 하남시의 한 특수학교법인에서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A씨는 당시 사건과의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당시 성폭행 사건 수습과정에서의 처신이 미흡했으며, 사건 당사자 교장의 후임을 맡아 2007년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던 제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를 하는 등 반발을 사기도 했던 인물이다.
지난 10월6일부터 A씨가 재직 중인 학교 누리집에는 A교장을 비난하거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이 빗발쳤으며, 이 후 A씨는 이사회를 앞두고 지난 14일 교직원 회의와 이사장 면담을 통해 당시 정황에 대해 설명했다고도 알려졌다. 이에 해당 특수학교법인은 잇따른 논란에 지난 1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법인 소속 성광학교 교장 A씨에게 권고사직 결정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여·야 ‘도가니방지법’ 제정에 고군분투
정치권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차별한 폭력, 이를 축소하거나 은폐한 기득권층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폭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아동 성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100만 서명운동이 시작되기도 했고, 교육과학기술부는 기숙사가 설치된 전국 41개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의 생활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또한 많은 집단행동의 조짐도 여기저기에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일명 ‘도가니 방지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2005년 말 당시 열린우리당에서는 인화학교사건이나 김포사랑의 집에서 보인 것처럼 비리와 성폭력사건, 족벌운영 통제, 사회복지법인과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높이는 ‘사립학교법’을 제정해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많은 사학과 기독교 예장통합 측의 반대로 법안을 무산시켰다. 야당에서는 “2005년 이 같은 법을 반대하던 한나라당이 도가니 방지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며 여야가 물고 뜯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이 거세지자 이내 이를 법제화하는 ‘도가니 방지법’에 대한 논의를 여야가 함께 추진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9월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재추진하고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도가니 방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률의 실체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을 개정한다면 복지재단의 투명성 확보와 족벌경영 방지, 공익이사 선임 등 법인 임원제도 개선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성폭행에 대한 범죄는 피해자 고소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현행 친고죄를 없애는 법률 개정도 포함 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반영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국회 역시 ‘도가니’ 상영회가 열리면서 장애인 대상 성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도가니 방지법’ 추진과 함께 여야 의원들은 ‘인하학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한 당 차원의 실태조사 및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해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사건 진상조사 및 피해자지원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현재 당 인권위원장인 김재경 의원을 위원장으로, 이정선 장애인위원장과 김재원 법률지원단장을 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위원회는 관련 자료수집과 기초조사 활동을 거쳐 빠른 시일 내에 광주 인화학교를 방문, 진상파악 및 피해자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광주교육청 및 광주지방경찰청 등 관계기관을 방문하여 피해자 지원 대책 및 재발방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을 전한 바 있다.
정부는 가해자 처벌 강화, 인화학교·인화원 법인 취소, 피해자 보호 확대, 법인 시설의 공공성 확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는 쓴 소리도 일각에서는 제기 됐다. 족벌운영체제에 대해서도 시설운영의 최고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이사회에 외부 인사들의 참여 보장으로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의 운영이 보장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 밖에도 정부는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관계부처 합동 점검단을 구성하여 기숙사가 설치된 특수학교부터 그 외 모든 특수학교에 대한 운영실태 점검, 민·관 합동조사팀을 구성하여 미신고 및 개인운영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 위법사례에 따른 관련자 형사고발, 시설 폐쇄 등 행정제재도 병행한 조치 및 후속대책 마련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10월12일에는 여야 국회의원들과 보좌진이 단체로 ‘도가니’를 관람했다. 그 후 아동과 장애인 대상 성범죄에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데에 큰 공감을 형성 했다고 알려졌다. 이날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성폭력 특별법 6조에 항거불능조항은 더욱 많은 장애인 억울하게 하고 탄압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면서 아동 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 폐지 등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여야 국회의원 80명은 이른바 ‘도가니’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정조사 계획서가 본회의에서 의결되는 데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통과는 별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취약계층 돌봐야
영화 ‘도가니’는 단순한 영화를 넘어 사회를 움직이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러한 도가니 열풍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고질병인 ‘냄비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분노로 들끓었던 여론들에 힘입어 재수사에 착수하고, 전 교장이 권고사직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도 많은 법 개정이 일어나고 있다.
어찌 보면 빨라도 너무 빠른 대처가 아닌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언론 또한 발 빠르게 해당 사건을 보도하며, 네티즌들은 이러한 사건들에 벌떼처럼 달려들어 관심을 갖고 사건을 파헤치는가 하면, 비난의 목소리로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한다. 하지만 지속성이 없다는 단점도 배재할 수 없다.
이러한 도가니 열풍이 냄비처럼 들끓었다가 차갑게 식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근본과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단체들은 사회적 제도를 재정비해야 할 것이며, 시민들은 높은 관심을 가지고 제도의 올바른 진행에 감시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도 ‘도가니 방지법’이 하루빨리 통과되어 아동·장애인들과 같은 취약한 계층에 대한 인권유린이 더 이상 자행되지 않아야 할 것이며, 우리 사회는 꾸준한 관심으로 끝까지 이를 지켜보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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