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해성 말들이 너무 많은데 나중에 다 설명하겠다”

대한민국 최고의 희극인이자 몸개그의 달인으로 80~90년대를 주름잡았던 심형래. 그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뿐더러, 그의 대명사 같은 ‘영구’를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희극인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심형래는 1993년 돌연 영화를 만든다고 선언,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회사 ‘영구아트무비’를 설립했다. 또한 몇 편의 영화를 제작해 선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가 만든 영화들은 큰 흥행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2007년 심형래는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꿨다. 국내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결정체를 담아낸 영화 ‘디워’를 개봉한 것. 이 영화는 국내 관객 840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미국시장으로의 진출에 큰 발판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심형래에게는 ‘감독’이라는 직함과 ‘신지식인 1호’라는 새로운 수식어도 붙게 되었으며 그가 만든 영화의 가능성은 빛을 발하는 듯 했다. 그가 보여준 열정과 도전정신, 그리고 가능성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며 응원했다. 하지만 최근 심각한 재정난으로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또한 이번사태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그에 대한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심형래는 데뷔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출금소송, 임금체불.. 계속되는 폭로전 ‘심형래 위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 심형래가 자신이 운영하던 ㈜영구아트의 재정난을 겪고 잇다른 폭로에 휩싸였다. 2007년 영화 ‘디워’를 통해 영화감독으로서 할리우드에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었던 심형래. 그러나 그의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고 재정난에 허덕이게 되는 참담한 결과를 가지고 왔다.
심형래는 지난 2004년 <디워>의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에서 55억 원을 빌렸지만 25억여 원 정도를 갚지 못했다. 그 상태에서 무리하게 다음 영화제작을 진행했던 것이 그가 빚더미에 앉은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라스트 갓 파더>는 손익분기점인 관객 450만~500만 명에 크게 못 미치는 256만 명이라는 관객밖에 동원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빚은 더욱 불어났고 결국 회사는 물론 집까지 압류되었다.
뿐만 아니라 ‘영구아트’의 직원 43명의 임금도 지급하지 못했다. 심형래는 최근 직원들의 임금 체불문제로 노동청의 조사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이 조사에서 심형래는 “영화 제작에 투자하다 재정난을 겪게 됐다”며 “체불임금을 갚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재 정황을 볼 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오곡동에 있는 심 씨의 회사 영구아트는 건물이 압류됐고, 심 씨 개인의 집과 재산 등이 빚을 갚지 못해 압류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편 앞서 언급했던 상호저축은행에 갚지 못한 25억 여원을 두고 벌어진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것으로 확인 되어 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최고의 코미디언에서 영화감독으로 승승장구하던 심형래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한 언론보도에서 영구아트의 한 직원은 “돈을 적게 벌더라도 SF영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던 스태프였는데 그런 스태프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 매우 많았다”며 “심 감독 부인이 운영하는 커피숍과 옷가게 인테리어, 심 감독의 어머니 집 도배를 시키는 데 미술팀 모두를 보내고, 회사 주차장과 담장을 만들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일부 직원들은 “영구아트무비의 부채 상당수가 심형래 감독의 카지노 출입이 큰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일각에서 심형래의 카지노 출입과 도박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논란은 점점 가중 될 것으로 보인다. 심형래는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나중에 얘기해주겠다”고 자세한 언급을 피해 이 같은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심형래, 풀리지 않은 4대 의혹
심형래 감독이 자신의 입장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그를 둘러싼 의혹은 계속해서 증폭되고 있다. 지난 7월22일 영구아트 직원 43명은 밀린 임금이나 퇴직금 약 8억 원 가량을 받지 못한 채 퇴사했다. 또한 심형래는 은행채무까지 총 60억 원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구아트무비의 제작사 건물은 압류되어 있는 상태이다. 과연 심형래를 둘러싼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지난 9월2일 영구아트 직원 4인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영구아트 직원들은 긴급기자회견에서 정선 도박설, 장부 조작설, 불법총기 개조설, 정부 로비설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입을 열었다.

▲첫 번째 의혹은 회사 폐업설이다. 회사 폐업설은 영구아트 직원들이 임금 체불로 노동부에 진정서를 내면서 알려졌으며 이들의 임금체불액은 8억 원 가량이다. 노동부는 “8월1일 (직원들의 진정서가) 접수됐으며 영구아트의 경우 현재 (재정적으로 더 이상의 회사 경영이) 어렵다고 보여 지도보다는 폐업절차를 밟을 예정이다”고 밝힌바 있다.

 

▲두 번째 의혹은 심형래 감독의 도박설이다. 영구아트 직원들은 “심형래 감독을 정선에서 자주 발견했다며 (직원들이) 도박을 말리곤 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정선 카지노에서 심형래를 봤다는 사람들의 목격담도 이어졌으며, “VIP룸에서 봤다. 몇 십억 잃었을 거다. 자기가 얼마나 잃었는지는 자기가 안 밝히는 이상 모른다. VIP룸에서 많이 잃었다고 하더라”고 말하는 목격자들도 있었다. 직원들에 따르면 그가 사용한 도박비의 대부분은 회사 내부의 돈으로 충당되었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정선에서 전화로 회사 재무팀에게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까지 돈을 부치라고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영구아트의 한 직원은 “<디워>로 투자 및 사업제휴가 밀려들었지만 2008년 당시 심형래 대표가 도박에 심취해 회사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폭로하면서 “리더들이 무릎까지 꿇어봤지만 소용없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총기 개조에 대한 의혹이다. 가스총을 일반 총과 거의 비슷하게 개조했다는 이 총은 가스분사기로 보이는 총에 공포탄을 넣어 만든 것으로 심형래 사장이 그 총을 실제 사용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영구아트의 한 직원은 “영화촬영 때문에 총을 개조하게 된 것이었다. <디워>의 영화 속에도 (이 총이) 나온다. 총의 화력은 2mm의 얇은 합판을 뚫을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직원은 덧붙여 “심형래가 이 총을 다른 곳에 썼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며 총기가 다른 곳에 쓰여 졌을 수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마지막 의혹은 제작비 과다 조작설이다. 심형래가 과도하게 제작비를 부풀려서 회사를 운영해 왔다는 것이 이것. 영구아트무비의 직원들은 “영화사에서 320억을 투자받았지만 200억을 썼다. 나머지 120억의 여분이 남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장부조작에 대해서는 “영화를 만들 때 제작비가 10억이 들면 100억 내지는 그 이상으로 올렸다”며 “심형래 사장은 회사 쪽에서는 부풀려야만 나중에 회사가 영화에서 수익이 발생했을 때 우리에게 돌아오는 돈이 많다고 부추겼다”고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심형래는 “음해성 말들이 너무 많은데 나중에 다 설명 하겠다”고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이다. 그가 구체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은 한 계속해서 많은 의혹들은 풀리지 않은 체 계속해서 구설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개그맨, 영화감독 심형래 집중조명

개그맨, 영화감독 심형래 집중조명심형래는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일까.
심형래는 재능있는 개그맨이었다. 서울 출신으로 1982년 MBC 특채 코미디언으로 개그계에 데뷔한 심형래는 유머 일번지의 ‘영구야 영구야’로 명성을 떨쳤다. 뿐만 아니라 쇼 비디오 자키의 <벌레들의 합창>, <동물의 왕국>, <변방의 북소리> 등에서 주로 바보 캐릭터와 바보 연기로 당시 최고의 명성을 얻었다. 또한 1988년 KBS 코미디 대상, 1990년 KBS 코미디 연기상을 수상하며, 80~90년대의 ‘바보’ 캐릭터의 일인자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자신의 인기가 한창일 때 개그계를 떠난 심형래는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와 같은 영화 제작자로서의 인생도 걸어왔다. 그가 만든 영화들은 언제나 어린이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로 사랑을 받았으며 1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그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의 모든 돈을 투자하고 지인들에게도 투자비를 받아 만든 영화 <용가리>는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으며, 사람들과 많은 언론사들은 그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충무로에서는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의 영화가 재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고, 결국 그는 독립적인 형태로 자신의 영화를 만들었다.

심형래는 <용가리>를 시작으로 한국 SF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한국 SF영화만의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영화의 새로운 그림을 구현해 냈으며, 영구아트무비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영화감독으로 연구에 돌입했다. 이 결과 놀라운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디워>를 통해 미국에서도 인정하는 영화감독으로 입지를 넓히게 된 것.
뉴욕타임즈는 심형래 감독을 한국의 유명한 개그맨이며 ‘한국의 찰리 채플린’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비즈니스섹션 4면 톱기사로 <디워>를 소개하고 심형래 감독과의 인터뷰 기사를 싣기도 했다. 타임즈는 한국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디워>는 특이하게도 영어로 만들어져 한국에선 자막으로 상영됐다고 피력하며, 외국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2,000개의 극장에서 개봉된다는 배급정보도 덧붙였다.

무모함이 심형래를 궁지로 몰다

무모함이 심형래를 궁지로 몰다▲전 정권과의 유착설 - 심형래 감독은 한국형 SF 장르를 개척했다는 이유로 애국자, 개척자라는 수식어를 얻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김대중 정부 시절에 ‘제 2건국 운동’의 일환이었던 ‘신지식인 운동’에서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가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심형래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정·관계 인맥을 넓혀가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인맥들은 심형래의 영화제작에 큰 도움을 주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OSMU(One Source Multi Use) 킬러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 영구아트무비에 국고보조금 12억 원을 지급했고, 정부 출연 기관인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008년 문화수출보험 명목으로 심형래 감독의 영화‘라스트 갓파더’에 30억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문화수출보험 운용규정'에 공사는 총 제작비 80억 원 이하의 영화만 지원하도록 돼 있었지만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심 감독을 지원하기 위해 이를 어겼다. 이에따라 운용규정 개정을 통해 80억 원 규제 항목을 삭제했다고 전한  무역보험공사는 ‘라스트 갓파더’의 흥행참패로 30억 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과 영화에 대한 과대평가 - 전문가들은 심형래가 이러한 위기에 봉착하게 된 이유가 자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한 점에 있다고 지적한다. 제작자 심형래와 달리 감독 심형래의 재능은 미천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의 영화들은 대부분 균형감이 없고 스토리 자체도 엉뚱한 경우가 많다. 또한 시작은 비장하나 마무리가 뜬금없이 진행되는 점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심형래의 연출력은 저조한 관객 동원수로 평가 받았다.
심형래는 “충무로가 자신을 왕따 시킨다고 불편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으며, 미국에 자신의 영화를 개봉시켜 능력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자신감은 수익보다는 적자를 기록했다. 영화감독으로써의 가능성을 보이긴 했으나 그가 생각한 것 만큼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형래의 영화는 무리한 투자와 대규모 제작비로 인해 더욱 배를 곯아 갔으며 ‘영구 아트 무비’의 심각한 재정난으로 이어졌다.
덧붙여 심형래 감독을 향한 대중들의 과도한 기대심리도 그가 무리하게 영화 제작에 투자하는 결과를 부축였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화 제작에 따른 문제점 - 심형래는 <라스트 갓 파더>에서 제작, 연출, 각본, 연기 1인 4역을 맡았다. 그만큼 이 영화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시나리오는 탄탄한 영화를 만들지 못했으며, <디워>에 대한 성과만으로 맹목적으로 지원을 했던 일부기관들에게도 치명타를 안겼다.
“못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것”이라는 심형래 감독의 어록은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분명 그의 도전은 높이 평가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번 파문은 한국형 SF 영화의 세계진출을 꿈꿨던 한 영화사의 몰락에 그치는 것이 아닌 체계적이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영화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심형래, 이제 그는 입을 열어야 한다. 침묵만으로 모든 것을 닫고 있기에는 쏟은 물의 양이 방대하다. 그리고 그가 이렇게 주저앉는 다면 분명히 한국 영화계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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