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생떼쓰기 점입가경

일본 외무성은 지난 7월11일 세계 각지에 있는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18일부터 한 달 간 공무상 대한항공기에 탑승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대한항공이 초대형 여객기 에어버스 A380 도입 기념으로 6월16일 독도상공을 시험비행한 일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풀이됐다. 영유권 분쟁을 이유로 민간 항공사 이용을 거부하고 나선 예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일이다.

일본 대사관 공사 불러 강한 유감 표시
일본 정부의 비상식적 조치가 알려진 후 우리 외교통상부는 7월14일 주한 일본대사관의 미즈코시 히데아키 공사를 불러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외교부 조병제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항공관제상 문제가 없다면 한국 국적기가 한국 영공에서 무엇을 하든 자유롭다”며 “현재의 양국 관계에 비춰 일본이 이런 조처를 한 것은 몹시 실망스럽고 우리의 철회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이런 행태를 보이는 배경엔 독도 영유권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제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혼란에 빠진 일본 국내 정치의 전환모색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간 나오토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사임 압박에 시달리면서, 민주당 내각도 합리적 정책을 펴기보다 무리수를 두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실무선에서 대한항공의 독도 시험비행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으나, 영유권 문제에 더 강경한 입장을 지닌 자민당은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고 외무성을 공격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외교관들은 보통 자국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경영상 피해는 별로 없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일반 일본인 승객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다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일본 의원들 울릉도 방문 예정
한편 일본 보수 야당 의원들이 한국의 독도 영유권 강화 조치를 견제하겠다며 8월초 울릉도를 방문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이들은 일본 자민당의 신도 요시타카, 히라사와 가쓰에이, 이나다 도모미, 사토 마사히사 의원이다.
단장 역할을 맡고 있는 신도 의원은 일본 민주당 정권이 한반도 약탈 도서를 돌려주려고 하자 “한국에 있는 일본 문화재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히라사와 의원은 경찰 간부 출신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방위청과 총무성 정무관을 역임했다. 그런데 일본인 납북 문제와 관련된 납치의원연맹 사무국장을 지낼 때 방북 교섭을 했다가 ‘이중외교’라는 비판을 받고 물러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보수 성향의 자민당 안에서도 소수 강경파로 분류되며 ‘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에 속해있다는 점이다. 비세습 정치가들로 파벌이나 지역 기반이 약하다는 평을 받으며, 신도와 사토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다.
이들은 지난 7월15일 기자회견을 열고 8월1일부터 4일까지 한국을 방문할 것이며 특히 울릉도에 가겠다고 밝혔다. 주된 일정은 울릉도에 있는 독도박물관 방문이다. 이들은 “싸우러 가는 게 아니라 논의를 하러 간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자신들의 입국을 거부하면 이를 문제 삼고, 입국 후에 한국 단체들의 돌출 행동으로 충돌이 빚어지면 이를 거론하며 독도가 분쟁 지역이라고 주장하려는 꼼수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은 다른 회견에서 양국 정부 간 독도 문제를 논의하는 틀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충돌이 생기면 한일 정부가 이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자민당 의원들의 이같은 행태를 ‘사이고 전술’이라고 표현한 전문가도 있었다.
19세기 말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가 자신을 조선에 사신으로 보내달라고 주장하며 “조선이 나를 죽이면 이를 이유로 들어 조선을 치면 될 것”이라고 주장한 점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부, “단호하게 대응하겠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잇따른 독도 도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입장을 굽히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7월19일 국무회의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은 일본 의원들이 독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자국의 국민들을 의식한 정치인의 발언이라고 쳐도, 정부 차원에서 대한항공을 타지 말라거나 일부 의원들이 ‘정탐’을 목적으로 울릉도를 방문하겠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면서 정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독도 해양과학기지 조감도를 들어 보이면서 독도 해양과학기지 건설계획이 이미 설계도까지 다 마련돼 있는데 굳이 설치시기를 다음 정부로 넘길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해 늦어도 내년까지는 마무리 짓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성환 외교장관은 “일본 의원들이 울릉도를 방문할 경우 국내 시민단체들과 충돌 가능성도 있는데,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일본 정부 내부에서 정리가 돼서 방문 계획이 취소되는 쪽으로 정부가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과학기지 건설 문제는 독도가 명백한 우리 땅이기 때문에 아무런 제약조건이 없지만, 일본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분쟁지역화 의도에 우리 정부가 말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두 가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임채민 국무총리실장도 독도 해양과학기지와 관련해 이미 설계도를 완료했고 구조물도 제작하는 등 설치를 위한 준비는 지금도 해 나가고 있지만, 언제 설치할 것이냐의 문제는 주변 상황을 고려해 가면서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면서 역시 분쟁지역화 의도가 명백한 마당에 좀 더 여러 가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독도문제를 거론할 목적으로 울릉도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일본 외무성의 대한항공 이용 자제 지시에 대해서는 “사리에 맞지도 않고 상식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국제사회가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와 존경을 외면하는 것이며, 그만큼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IHO 지도에 ‘동해’ 표기 실패
지난 7월21일 동북아역사재단 장동희 국제표기명칭대사는 지난달 끝난 국제수로기구(IHO) 실무그룹 협의에서 27개 회원국 간 의견이 분분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며 기존대로 일본해 단독 표기로 가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 대사는 각국 대표들이 양국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가까운 시일 내 해결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아직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다. 총회까지 기한이 남았으니 논의는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 바다 이름을 정하는 IHO의 우리 정부 대표로, 지난 2년 간 실무그룹 회원국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Japan Sea)를 나란히 표기해야 한다고 설득해 왔다. 그러나 IHO가 실무그룹에 시한으로 제시한 지난 6월 말까지 공동 표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개최될 제18차 IHO 총회에서 전체 회원국을 상대로 공동 표기 표결을 제안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실행이 어렵게 됐다.

IHO는 1929년부터 발간해 온 ‘해양과 바다의 경계’ 책자를 통해 ‘일본해(Japan Sea)’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기구가 결정한 바다의 표준 명칭은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지도를 제작할 때 그대로 따른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92년부터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해 줄 것을 IHO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2007년 IHO 총회에선 남북한이 나서서 표결에 부치자고 요구했으나 일본의 반발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후 IHO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가 1953년 3판 발간 이후 동해·일본해 명칭 문제 때문에 수십 년째 4판이 나오지 않자 실무그룹까지 구성하며 2년 동안 양국 간 타협점을 찾도록 중재했다.

일본에 닿은 ‘독도 수호 카드’
경북 구미에 사는 한 초등학생이 보낸 독도수호 카드가 일본 본토까지 날아간 것이 확인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미 왕산초등학교에 따르면 지난해 5월1일 학교에서 1학년 학생 전원 90명이 자신의 꿈과 독도 수호 의지를 카드에 써넣어 풍선에 달아 날려 보내는 행사를 벌였다.

그런데 이 중 한 장이 이튿날 일본 본토 시즈오카현 이즈시에 도착했던 것이다. 이곳은 구미에서 약 900km 가량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인 이노우에 유이치 씨는 이른 아침 자신의 논에 떨어진 파란 풍선과 한글로 작성된 카드를 발견한 후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이즈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동포 류정임씨가 한국에서 온 풍선임을 확인해줬다.
카드에는 학교명, 학생의 이름과 함께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독도는 한국땅'이란 글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사이에 화제가 되자 이즈시에서 발행되는 이즈니치니치신문은 5월3일자에 카드 사진과 함께 관련 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일본이 민감하게 여기는 독도 관련 내용이 카드에 적혀 있었음에도 그대로 인쇄해 독자에게 전했다.

하지만 이 신문이 지방지였던 탓에 이 소식이 한국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크게 알려지지 않을 뻔했다. 하지만 마침 이 지역에 살던 한 동포가 이 신문을 1년 동안 보관해 오다 최근 한국에 들어와 왕산초등학교에 전달했다.

학교 측은 뒤늦게 신문을 보고서야 풍선이 일본까지 날아간 사실을 알았고, 카드의 제작자가 김민지(8) 양임을 확인했다. 화제의 주인공인 김 양은 집을 옮겨 현재 구미의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양은 “풍선을 보낸 일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얘기를 듣고 나니 어떻게 일본까지 날아갔을지 궁금하다”며 “전에는 교사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피아니스트가 꿈”이라고 말했다. 왕산초등학교는 올해 2학기에도 비슷한 행사를 열어 지속적으로 독도 수호 의지를 알리기로 했다.
이 학교 이대영 교감은 보훈처가 지정한 나라사랑시범학교이다 보니 이런 행사를 종종 열고 있다며 일본으로 의도적으로 보내려고 한 것이 아니어서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일본에 도착했다고 하니 놀라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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