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집요함이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그랜트 장군의 위대한 점은 침착하면서도 목표에 집요하게 매달린다는 점이다. 그는 쉽게 흥분하지 않으면서도 불독 같이 용맹스럽고 끈질기다. 그의 이빨에 한 번 물리면 그 누구도 끄집어낼 수가 없다.” 링컨의 수많은 명언 중에 유독 이 명언이 기억나는 이유는 뭘까? 미국의 군인이자 정치가였던 그랜트의 목표는 전쟁의 승리였다. 그리고 그의 집요함은 남북전쟁에서 많은 공적을 세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이 확정되자 러시아 언론들이 “한국인들 집요함에 감탄한다”라는 반응을 연이어 보도했다. 러시아의 비탈리 무트코 체육, 관광 청소년부 장관은 “세 차례나 동계올림픽 개최 경쟁에 나선 한국인들의 집요함이 감탄을 불러일으킨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링컨이 본 그랜트, 러시아가 본 우리나라. 이 둘은 목표를 위해 집요하게 매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집요하게 매달렸던 한국. 2전3기만에 드디어 우리는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의 쾌거를 이루었다.
 

2전3기, 마침내 해냈다!
또 한 번의 더반의 기적이 이뤄졌다. 더반은 역시 한국에게 ‘약속의 땅’이었다. 이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확정지은 곳.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아프리카 최대의 무역항 더반이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축구대회에서 더반은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원정 대회에서 한 번도 그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한국이 6월23일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1승1무1패로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에 성공을 맛보게 했던 도시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더반은 대한민국 스포츠사에 또 한 번의 약속의 땅으로 기억되었다.

반면 독일에는 악연의 도시로 남게 됐다. 독일은 작년 7월8일 더반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준결승전에서 수비수인 카를레스 푸욜에게 헤딩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해 결승진출의 꿈을 좌절했던 바 있다.
지난 2010년, 2014년 강원도 평창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두 차례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첫 도전이었던 2010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두고 2003년에 열린 IOC총회 최종투표에서 평창은 캐나다 밴쿠버에게 3표차로 밀리며 올림픽 유치에 실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포기하지 않고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의 열의를 올렸다. 그러나 그 결과는 냉정하기만 했다. 2차 투표에서 러시아 소치에게 4표차로 밀리는 좌절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올림픽 유치에 두 번의 쓴맛을 본 대한민국. 그러나 우리는 주저앉지 않았다. 2004년부터 시작된 ‘드림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해 오면서 동계스포츠에 소외된 나라의 청소년들에게 동계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그 결과 10여 명의 청소년들이 국가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우리는 올림픽유치라는 목표를 위해 많은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유치하리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1년 7월6일. 남아공 더반에서는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위한 제 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 투표가 진행 되었다. 자끄로게 위원장의 입에서 ‘평창’이라는 두 글자가 발표되는 순간, 더반과 강원도,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이 환희의 물결에 휩싸였다. 두 번이나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세 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기다리던 꿈을 이룬 순간이어서 그 감동은 더욱 컸다.
평창은 드디어 3번의 도전 끝에 성공이라는 쾌거를 맛보았다. 개최지 1차 투표에서 총 95표 중 무려 63표를 확보해 경쟁 후보도시인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를 크게 따돌렸다. 평창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뮌헨은 25표에 그쳤으며, 안시도 7표에 불과했다.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은 7년 뒤인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6일 동안 펼쳐진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치르는 것은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한국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러시아에 이어 세계 4대 스포츠 행사를 모두 유치한 ‘그랜드슬램’ 국가로 등록됐다.

준비된 도시 평창, 그리고 대한민국

준비된 도시 평창, 그리고 대한민국오랜 준비기간 만큼 평창은 다른 어떤 후보도시보다 체계적인 준비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평창 대표로 나승연 유치위원회 대변인, 조양호 유치위원장, 이명박 대통령, 김진선 특임대사, 김연아 피겨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IOC 위원, 박용성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토비 도슨 이렇게 8명이 차례로 PT를 발표했으며, 우리나라의 프리젠테이션 발표는 IOC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했다. 이날 PT의 핵심은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부각 시키는 것이었다.

프레젠테이션의 처음 시작을 맡았던 나 대변인은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올림픽 유치에 도전했고 실패했다. 한국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꿈에 불과하다는 말에도 우리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이어 “평창사람들의 꿈이었던 올림픽 유치가 이제는 대한민국의 열망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새로운 지평(New Horizon)’이라는 내용으로 평창 올림픽을 향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열망을 유창한 영어실력과 똑똑한 말솜씨로 소개했다.
이어 조양호 위원장은 평창이 세 차례에 걸쳐 동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해 얻게 된 장점들을 차근차근 강조했다. 또한 우리의 끈기 있는 열정에 영감을 받기를 희망한다며 우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가지고 있는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우리의 비전은 명확하며 독창적입니다. 이런 비전 달성을 위하여 여러분의 지지를 위한 강력한 5가지 이유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는 경기장 및 교통 인프라를 포함한 가장 효율적인 게임 플랜을 가지고 있고, 대한민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약속이 있으며, 대한민국 국민의 열정적인 지원이 있고, 지난 10년간 올림픽가족에 대한 약속을 지켜왔으며, 2018평창 올림픽은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동계올림픽이자 아시아에서 3번째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라는 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올림픽 운동으로 한국이 받은 은혜를 이제 동계올림픽 유치를 통해 되갚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연설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올림픽 운동의 아름다운 가치는 전 인류를 하나로 단결시켰다. 우리의 비전 새로운 지평은 바로 그러한 올림픽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라며 1948년 생모리츠 대회에 처음 출전했던 것을 이야기 했고 이어 빈곤국으로 처음 이루었던 출전이었으나 40년 후에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었음을 이야기해, 우리 국민들이 올림픽의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더 나은 희망을 갖게 되었음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2018년 동계 올림픽 개최를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보증한다고 전하며 IOC 위원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이에 덧붙여 피겨여왕 김연아는 ‘젊은 한국 선수들의 꿈과 drive the dream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그녀는 “선수로서 자신이 가진 꿈을 새로운 지역의 재능 있는 다른 선수들과 나눌 수 있도록 해달라고 IOC 위원들에게 호소했으며, 성공과 성취의 가능성은 세계 젊은이들이 반드시 누려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덧붙여 김연아는 자신의 꿈을 이룰 기회를 주고 다른 이들을 고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 데 대해 고맙다고 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IOC 위원들에게 요청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 이상급 금메달리스트이자 IOC선수 위원인 문대성은 편의와 안전에 기반 한 세계 최고의 선수촌을 소개했으며 숙박과 교통, 그리고 숙소와 경기장의 짧은 이동거리, 편의시설 등을 볼 때 평창은 선수중심의 올림픽을 치룰 수 있는 최상의 장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힘주어 강조했다.
KOC 위원장 박용성 위원은 평창이 동양의 진미와 세계 곳곳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 임을 소개했으며, 한국계 미국인 스키 선수 토비도슨은 입양아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자신의 성장과정과 더불어 스포츠가 자신에게 준 꿈과 희망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평창은 10년 가까이 올림픽 유치를 준비하면서 꾸준히 동계 스포츠 시설을 건설했고 김연아 같은 훌륭한 인재를 키웠다고 전했다. 도슨은 “평창이 지향하는 새로운 지평의 목표는 한국과 다른 지역의 젊은 선수들에게 최고의 동계 체육시설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번 올림픽 유치 노력의 핵심은 바로 희망을 주는 것” 임을 역설했다.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고 했던가. 우리나라 동계올림픽 유치 대표단의 프리젠테이션은 감동과 희망이 가득했다. 우리의 간절한 진심과 준비된 가능성, 그리고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선언한 평창은 명분과 당위성에서 경쟁 도시들을 압도하며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2018년 동계올림픽 최종 개최지 선정’이라는 결과가 이를 똑똑히 증명해 주고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 VS ‘피겨전설’ 카타리나 비트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에서 강원도 평창과 치열한 경합을 펼쳤던 곳은 독일 뮌헨이다. 특히 이번 프리젠테이션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 시켰던 것은 ‘피겨여왕 김연아’와 ‘피겨전설 카타리나 비트’의 맞대결이었다. 두 도시의 얼굴로 PT에 참가한 두 피겨스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228.56점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로 역대 최고점을 경신하며 올림픽 챔피언에 올랐고, 카타리나 비트는 지난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과 1988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2연패를 이룬 당대 최고의 스타 기 때문이다. 이 둘은 관객을 사로잡은 무대 장악력은 물론 기술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80년대 이후,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남녀 싱글을 통틀어서 비트 이외에 없었다. 여자 싱글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점수로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 또한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둘은 빙판 위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친 스케이터였다. 또한 두 선수는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 평창의 홍보대사와 뮌헨의 집행위원장으로 활약하며 은반 밖에서의 맞대결을 펼쳤으며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창은 ‘새로운 지평’을 전략으로 내걸었고 뮌헨은 ‘뿌리’라는 전략으로 맞불을 붙였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비트는 화려한 경력과 노련함, 그리고 전설적인 우아함으로 IOC 위원들의 마음을 공략했다. 이에 반해 김연아는 특유의 친근함으로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꿈의 아이콘으로 부동의 표심을 흔들었다. 
비트는 올림픽 유치를 위해 꾸준히 활동해 왔으며, 화려한 전성기 시절의 이야기를 하면서 뿌리를 강조하며 뮌헨이 많은 것을 제공 할 수 있음을 이야기 했다.
반면 김연아는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평창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고 자신의 꿈을 이루게 만들어 준 한국이 더 많은 사람들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아시아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게 되길 바라겠다고 밝혔다.

다른 시대를 풍미하는 두 피겨 여왕의 은반 밖의 대결은 현재 실세인 새 피겨여왕 김연아의 승리로 끝이 났다. 비트는 역시 과거의 권력이었다. 김연아의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빼어난 미모와 능숙한 영어로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세계 유력한 언론사들도 비트보다 그녀의 행보에 주목했다.
평창 유치가 확정된 후 김연아는 “지금 이순간에는 이게 가장 영광인 것 같아요. 살다가 있을까 말까한 이런 기회에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자체가...”라며 기쁨에 벅찬 소감을 전했으며, 카타리나 비트는 “뮌헨이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 언론에도 잘 알렸다고 생각하는 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2003년 프라하의 눈물과 2007년 과테말라의 악몽이 씻겨나갔던 감동의 순간에 중심에는 역시 피겨여왕 현실세 김연아가 있었다.

올림픽 유치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
올림픽을 흔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말한다.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얻게 되는 경제적인 효과는 물론, 다양한 효과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1984년 LA 올림픽은 올림픽이 끝난 후 기존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는 등 철저한 수익사업으로 (한화로) 약 3,000억 원이라는 돈을 남겼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2,520억 원,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은 2조 원을 남겼으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은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의 확정으로 많은 언론에서는 그 경제효과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다. 정부 또한 7년간 20조원에 달하는 SOC예산을 투입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예산으로는 원주~강릉 복선철도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이 철도가 완공되면 2017년 말부터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70분 내에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철도망 뿐 아니라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광주와 원주를 잇는 제 2영동고속도로는 2014년에 완공되면 서울~원주의 소요시간이 1시간 22분에서 54분으로 단축된다.

뿐만 아니라 현재 총 13개의 경기장 중에 7개의 경기장이 완성 되어 있어 2016년까지 남은 6개의 신설 경기장을 만들고 기본의 경기장을 보완하려면 많은 예산이 들 것으로 보인다.
유치와 함께 지역부동산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동계올림픽 유치로 인해 토지 가격이 상승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이다. 정부에서 교통이나 숙박 시설 등의 확충을 위해 투자를 하게 되면 이러한 개발로 인한 평창의 가치가 급상승한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평창 올림픽 유치효과를 최소 30조 원이상으로 예상했다. 올림픽 개최의 직접적인 효과가 20조 이상으로 예상되고, 경기장 건설이나 주요 시설 확충에 대한 효과가 투자비용의 2배가 넘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관광객의 소비로 벌어들이는 것도 4조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국가브랜드나 기업브랜드에 미치는 이미지 제고 효과도 11조 6,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림픽 개최 이후에 간접적인 효과도 배재할 수 없다. 일부 올림픽 유치 국가들 중에 그 나라 최고의 관광지로 명성을 높인 곳은 한해에 관광수입으로만 벌어들이는 돈도 어마어마하다. 평창이 그렇게 된다면 관광수요가 가지고 올 관광 지출액은 상상을 초월 할 지도 모른다. 직접적인 효과로만 보아도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벌어들였던 돈의 5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벌어들인 돈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평창의 포부에 많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7년 동안 우리에게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며, 성공적인 지역발전과 올림픽 유산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냉혹하게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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