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에 대한 개념을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바꿔야

우리나라에서 주택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적령기를 훨씬 넘겨 결혼을 하고,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주택문제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행여 결혼을 했다고 해도 웬만한 월급쟁이들은 거의 평생 동안 내 집 마련을 숙원과제로 떠안고 산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집과 관련된 대출을 지고 있지 않는 사람이 드물 정도이다. 이렇듯 주택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있다. 본래부터 이 한반도라는 땅이 좁아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본질을 살펴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가 이토록 주택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단지 국토가 좁아서라거나, 공급의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부동산, 특히 집에 대한 애착이 컸던 탓에 주택에 대한 가치가 남다른 측면이 크다.
게다가 60년대부터 시작된 급속한 산업화를 겪으며,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이 차고 넘칠 정도로 팽창해 왔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뛰어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한 번 오른 집값은 웬만해서는 잘 떨어지지 않았다. 혹여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은행 이자율 안팎의 하락이 전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민들은 더욱 집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땡빚을 내서라도 내 집이 있어야 안심이 된다는 심리가 만연했다. 오랫 동안 지속되어 온 주택시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오늘날의 부동산 경기 침체를 낳았다.

이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과도한 거품과 왜곡된 인식으로 포장된 주택시장에 대한 새로운 전환모색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우리 서민들과 가장들이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 붓는 주택시장에 해결방안이 제시된다면, 그 돈으로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대표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주택임대시장’의 활성화이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활성화 되어 있는 이 시장은 뜻밖에 많은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보증금이나, 주택구입 자금 없이도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매달 전기료와 수도요금을 지불하듯 정액의 임대료를 지불함으로써 효율적으로 가계경제를 운영할 수 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소액의 자금투자로 인해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선행모델은 ‘월세’라는 수익모델에서 충분히 검증되었다. 최근 들어 전세가 줄고, 전세를 낀 월세나, 소액의 보증금을 담보로 한 월세가 위세를 떨치는 것도 이러한 장점에서 기인한 것이다.
또한 주택임대사업이 활성화 됨에 따라 관련 산업이 덩달아 활기차질 수 있다. 주택임대사업에 필요한 각종 관리를 대행해 줄 수 있는 업체들이 생겨나게 될 것임으로 이와 관련된 고용창출효과도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장점이 많은 주택임대시장의 활성화에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집은 결코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직접 목격했다시피 주택 등 부동산은 그 자체로서 수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이런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주택의 개념을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될 때 전혀 새로운 영역에서 부동산시장의 활성화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은 한 번 사서 죽을 때까지 틀어쥐고 있는 보석이 아니라,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과 안정을 주는 진정한 의미의 ‘주거공간’으로 탈바꿈시킬 필요가 있다.
이렇듯 주택임대시장이 활성화 된다면, 내 집이 없어 설움을 당한다는 이야기도 옛말이 될 것이라 믿는다. 누구나 얼마 간의 임대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내가 살 곳을 구할 수 있는 시대. 주택임대시장의 활성화가 답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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