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심각한 무분별한 지역축제 ‘홍수’
경쟁력 없는 전시, 선심성 축제 넘쳐나 매년 1천여 지역축제 열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각 지자체마다 앞다투어 지역색을 살린 축제를 선보이고 있다. 함평 나비축제, 보령 머드축제와 같은 이제는 친숙한 축제부터 해서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의 축제까지 전국이 계절마다 축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서 불필요한 예산낭비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기도 하다. 과열양상을 띄고 있는 지역축제 부작용. 과연 문제는 무엇일까.

유사축제 남발 ‘시끌’
1999년 군청 직원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전남 함평군의 나비축제는 해마다 전국에서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축제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올해 7회째를 맞은 이 축제는 7억원의 예산으로 무려 100여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2008년에는 함평 세계 나비ㆍ곤충 엑스포 개최가 추진될 정도로 성공적이다.
경남 고성군의 공룡나라축제도 관광 오지에 가까웠던 이 지역의 이미지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고성군은 국내 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지임을 내세워 공룡을 브랜드화하는데 성공했다. 충남 논산시 강경읍에서 97년부터 시작된 젓갈축제는 올해 문화관광부로부터 국가지정 문화관광 우수축제로 지정됐다. 이 축제에는 90여 젓갈상인이 참여하고 있으며 6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논산시는 젓갈축제의 경제유발 효과를 3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금산 인삼축제, 무주 반딧불축제, 안동 국제탈춤축제 등도 우수한 지역축제 사례로 꼽힌다.

유사축제 남발 ‘시끌’
하지만 몇몇 지자체들은 유사한 지역축제를 경쟁적으로 개최하는가 하면, 표를 노리고 지역축제를 선심성 이벤트로 급조하는 경우도 있다.
충청남도 아산시에서는 매년 4월28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일을 기념하는 문화관광축제가 열린다. 비슷한 성격의 ‘이순신 축제’가 아산시 외에 경남 통영(한산대첩 축제),경남 고성(장항포 대첩 축제),경남 거제(목포대첩 기념 대전),경남 남해(노량해전 승첩 제),전남 여수(거북선 축제)에서도 열린다. 작년부터는 서울 중구에서도 '충무공 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명보극장터가 충무공 생가 터라는 이유에서다. 전국에서 이순신 장군을 내세운 축제만 7개에 이른다. 이 같은 현상은 이순신 장군 사례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홍길동(전남 장성,강원 강릉), 논개(경남 진주,전북 장수), 심청(전주 곡성,충남 예산) 등 역사적 '유명인'들은 어김없이 지방자치단체 축제의 주인공으로 등장 한다. 이러다보니 종종 지자체 간 ‘원조논쟁’까지 빚어지는 형편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지역축제 대부분이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부 축제는 전시행정의 전형으로 타락하고 있다”며 “자치단체장들이 사심을 버리고 지역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축제를 실속있는 문화이벤트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축제 남발 동네잔치 전락
민선자치 출범 이후 예산지역에서 각종 축제 및 대회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지만 축제가 지역주민이나 관광객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단체장과 지역유지들의 얼굴내밀기 수준의 동네잔치에 그치고 있다. 특히 축제들이 성격이 모호하여 관광객들이 참여하거나 눈길을 끌만한 내용이 부족한데다 축제행사에 공무원을 동원하면서 각종 보조금까지 매년 늘려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재원이 열악한 자치단체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예산군의 경우 민선자치 이후 각 단체들이 개최하는 각종 축제 및 예산군수배 대회 등 10여개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22일에는 예산문화연구소가 주관한 제6회 정월대보름축제에 1,500여명의 주민이 참여했으며 4월 3일 한내장만세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한 제7회 한내장만세운동기념 행사에는 1,000여명이 참여했다. 또 4월 29일에는 제32회 매헌문화제, 8월 7일에는 제9회 예당호반축제가 열렸으며 10월엔 제9회 추사문화제를 비롯해 제3회 의좋은 형제, 예산국제풍물제, 능금축제, 군수배 바둑대회, 낚시대회등 각종 축제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많은 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으나 일부 축제는 특성을 살리지 못해 유명무실한 축제로 전락하고 있으며 관광객의 참여도 매년 줄고 있어 의미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축제의 한 관계자는 “많은 축제를 개최하는 것이 지역사회 홍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좋기는 하지만 너무 남발되고 있는것 같다”며 “일부 축제들은 통합하거나 연계하여 명실상부한 축제가 되도록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처 축제난립 제재하기로
지난 9월 8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지방자치제가 출범한 1994년 이전 287개이던 지방축제 가 10년만인 2004년에는 1,178개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중 이순신 축제처럼 테마나 소재가 겹치는 축제가 135개에 이른다.
기획처 관계자는 “사업비가 3억원 이상인 축제 147개에 연간 18만명의 공무원이 동원되고 예산 8억여원이 지원되고 있다”며 “일부 축제의 경우 관광증진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 취지와 무관하게 지자체장 선심용으로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획처는 내년 상반기께 문화관광부가 진행 중인 전국 500여개 지역 축제 실태조사 및 평가가 나오는대로 지역 축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구조 조정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군위군, 축제 안하는 까닭
각 지역이 축제 유치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가운데 그와는 반대로 축제에 들어가는 비용을 잘 활용한 사례도 있다. 군위군(군수 박영언)은 민선 단체장 출범이후 10년을 맞은 올해까지 지역축제를 한차례도 개최하지 않았다. 전국 대다수 지자체들이 지역 및 농·특산물 홍보 등을 명분으로 각종 지역축제를 무분별하게 개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9월 13일 군위군에 따르면 지난 1994년 민선 출범이전까지는 7,000만∼8,000여 만원을 들여 ‘능금축제’를 개최했으나 민선이후에는 이를 없앤 데다 새로운 축제를 개발하지 않았다. 군은 그동안 여러차례 축제를 기획했으나, 선심성 또는 낭비성 축제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번번이 포기했다. 대신 군은 매년 지역축제를 개최하는 데 소요될 1억원 안팎의 예산을 마을 진입로 확장·포장 및 간이 상하수도 설치, 소하천 정비 등 주민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데 투입한 것이다. 이에 박 군수는 “민선이후 자체 기획된 각종 지역축제가 다른 지자체들의 축제와 유사하거나 중복돼 예산절감 차원에서 축제를 개최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소요될 예산을 주민숙원사업비로 돌린 결과, 소규모 사업 120∼130건을 말끔히 해결했다”고 말했다.

지역축제 성공은 ‘브랜드 마케팅’
대표적 성공사례인 보령머드축제는 지역 브랜드 마케팅을 잘 활용해 성공했다. 지역 브랜드 마케팅이란 ‘다이내믹 부산(Dynamic Busan)’ ‘잇츠 대전(It`s Daejeon)’ 등이 그 예.
최근엔 경기도가 ‘세계 속의 경기도-Global Inspiration’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포하고 경기도 차원의 브랜드 마케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기도는 시민 공모 방식에서 벗어나 세계적 수준의 브랜드 전문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을 함께 개발했다. 경기도 외에도 광주시, 인천시, 충청북도 등도 올해 안에 자기 지역의 브랜드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행정자치부 통계에 의하면 2004년 말 현재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국내 지역 브랜드는 900여개에 이른다. 또한 문화관광부는 600여개의 지역축제가 운영 중이라고 발표했다. 바야흐로 지역 브랜드를 통한 치열한 ‘브랜드 마케팅’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지역 브랜드 개발을 통해 지역 이미지 향상과 지역 차별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투자유치 때문이다. 이제 지자체들은 국내외 기업과 단체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지역이 낙후될 수밖에 없는 글로벌 지역 경쟁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외부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차별화된 브랜드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는 관광객 유치 경쟁 때문이다. 주5일근무제, 레저 및 여행인구의 급속한 확산으로 지자체들 간의 유치경쟁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더욱 많은 수의 방문객과 관광객이 올 수 있어야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점들을 발굴, 개발해 누구나 가고 싶고, 살고 싶은 지역으로 지역의 상품가치를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성공적인 지역 브랜드는 주민들의 정체성, 만족감, 자부심을 높이고 잠재적 고급 거주민을 그 지역에 유인하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지역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또 투자자, 방문객, 잠재주민 등과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지역 브랜드 마케팅은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고 만다.

지역발전의 에너지 ‘축제’
지방자치제 실시와 더불어 각종 지역축제가 규모의 정도 차이는 있으나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어 국민의 문화생활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은 차별화 없이 숫자상으로만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나 지역단위 이벤트인 축제는 생활의 여유로움과 질적 향상, 지역 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긍정적 효과도 갖고 있다.
함평의 나비축제 같은 경우는 '나비'라는 캐릭터를 축제에 도입해 관람객을 끌 어모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며 부산의 국제영화제,이천의 도자기축제 등도 성공 한 지역축제의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축제가 양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데 반해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
외국의 유명 축제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자생적으로 형성된 것임에 비해 우리 축제는 짧은 시간 동안 관 주도 하에 형성된 사례가 많다. 어떤 축제는 주민들에게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폐막되는 경우도 있다. 지역관광 시대를 맞아 축제가 지역 브랜드 형성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관광객들의 흥을 돋울 수 있는 독창적인 축제 아이디어와 체계 적인 관리가 시급한 때다.
주5일 근무제 시행과 웰빙의 열풍으로 가족단위의 머무르는 숙박 및 체험관광, 자기 계발에 중점을 두는 관광, 적극적 참여형 여행으로 변모하고 자연 친화적 여행을 통한 쾌적한 삶을 즐기는 건강 중심 및 농촌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자연 밀착형 여가가 증가하고 아울러 먹을거리도 질과 안전성을 중시하므로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한 지역 브랜드가 담긴 음식을 개발하여 시식함은 물론 야간 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청결한 화장실 관리 등 세심한 부문까지 배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가족이 함께 즐기고 체험하는 테마관광의 패턴에 부응하는 축제로 전환하고 입체적인 홍보와 함께 계층별 포지셔닝 전략을 마련하여 틈새를 집중적으로 공략함해 다시 찾고 싶은 축제로 이끌어 나간다면 격조 높은 지역 축제로서 큰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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