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홍수, 지진 등…지구촌 피해 급속화
급속한 지구온난화 ‘카트리나’같은 대형 재앙 몰고와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최대 피해지인 미국 뉴올리언스의 대재앙은 철옹성처럼 여겨왔던 인류의 문명이 대자연 앞에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 18만명 이상을 희생시켰던 쓰나미는 재난경보 및 구호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남아시아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재해 대처능력의 '후진성'탓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자연재해에 무기력하게 굴복하는 모습을 접하고는 ‘문명의 한계’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이번 재앙으로 수천명으로 추정되는 인명과 400억달러 이상의 재산피해뿐 아니라,세계의 지도국가로서의 권위와 신뢰를 상실하고 말았다. 천문학적인 전쟁비용을 들여가며 세계 곳곳의 분쟁에 개입하는 미국이 붕괴 위험에 처한 제방조차 보강하지 못 했으며,늑장 수습으로 부시 대통령 마저 정치적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허리케인 이반이 닥쳤을 때 쿠바는 잘 훈련된 민방위 대피 체제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미국은 무려 43명이나 숨졌다. 일본의 아사히와 요미우리신문도 “재난방지 대책에 있어서는 일본이 몇 수 위”라며 미국을 조롱했다. 카트리나와 같은 대규모 기상재해가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에 전 세계가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영국의 전문가 컨소시엄인 ‘열대성 폭풍 위험(TSR)’은 지난 7월 초 올해 22개의 열대성 폭풍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는 기록이 시작된 1851년 이후 연 평균의 2배가 넘는 것이다. 해수면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대기 온도와의 차이가 커져 폭풍우의 위력이 더욱 거세지는데,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가 지난 30년새 섭씨 0.5도 상승해 폭풍의 파괴력이 2배로 늘어났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카트리나도 처음 발생했을 때는 비교적 작은 폭풍으로 플로리다 지역에 큰 피해를 입히지 않았으나 멕시코만의 높은 수온 때문에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허리케인은 물론, 살인적 무더위나 가뭄, 폭설 등 기상이변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지구의 수명은 점점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뉴올리언스를 휩쓴 ‘카트리나’
미국 남동부에 몰아닥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재앙에 가장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사람은 최대 피해 지역 뉴올리언스의 레이 내긴 시장이다. 48만5,000여명 시민들(교외 인구를 포함하면 약 130만명) 대다수가 이재민이 됐기 때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3개월 전, 내긴 시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대재앙을 경고했었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올라가면,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인 뉴올리언스는 그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내긴 시장의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앙 가능성 주장에는 미 전역 35개주 132개 도시의 시장들이 동참했다. 기후협약인 교토의정서가 규정한 의무를 자발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초당적 연맹체를 결성한 이들은 지난 5월 14일 시애틀의 그레그 니클스 시장 주도로 모임을 갖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가입을 거부한 부시 대통령 행정부와 별도로 2012년까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배출을 1990년 수준 대비 7%를 감소시킨다는 교토의정서 의무를 이행키로 결의했다.
니클스 시애틀 시장은 “평소 습한 기후인 시애틀이 수년에 걸쳐 건조한 날씨로 변하고 있는 데 충격을 받았다”며 “대도시에서라도 교토의정서 협약을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로 시애틀 주변의 빙하가 줄어들 경우 식수 공급과 수력발전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유타주의 솔트 레이크시티는 풍력발전기를 대거 구입했으며, 시애틀은 항구로 들어서는 유람선에 대해 디젤엔진을 끄도록 하고 시에서 전기를 공급해 주고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 시장들의 모임이 끝난 지 불과 3개월 뒤인 지난 8월 29일, 뉴올리언스의 내긴 시장은 시민 전체에 강제 대피령을 내리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자신이 말했던 “뉴올리언스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다”던 상황이 현실로 닥쳤던 것이다. 이튿날인 8월 30일, 독일의 위르겐 트리틴 환경장관은 카트리나로 인한 엄청난 피해로 충격에 빠져있던 미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미국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인과응보라는 식으로 비아냥 댄 것이다. 독일 녹색당 소속의 트리틴 장관은 사석도 아닌 TV회견을 통해 “카트리나 같은 자연재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오직 인간들이 야기한 지구온난화로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독일이 199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을 18.5% 줄인 데 비해 미국은 가스 배출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는 자료도 제시했다.

인재로 커진 카트리나 피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최대 원인이 지구온난화라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인재를 자연적 현상이 최악 상황으로 몰아간 것임에는 틀림없다. 뉴올리언스는 시내의 80%가 최대 6m 이상 물에 잠겼다. 도로 등 사회기간시설도 거의 모두 파괴돼 당분간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중도시가 되고 말았다.
뉴올리언스의 침수는 도심의 제방 두 군데가 터지면서 시작됐다. 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강과 폰차트레인 호수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도시. 1717년 미시시피강 주변에 제방을 쌓으며 도시가 형성됐다. 시 전체의 70%가 해수면보다 낮다. 현재는 미시시피강 쪽에 6m 이상, 폰차트레인 호수 주변에는 4.5m 이상의 제방이 약 2000㎞에 걸쳐 형성돼 있다. 도시 안으로 흘러드는 물은 펌프로 끊임없이 품어내는 시스템을 도입, 이곳의 펌프 시스템은 재즈와 함께 뉴올리언스의 명물로 꼽혀 왔다. 특히 시 정부는 1965년 3등급 위력의 허리케인 벳시로 인해 도시 곳곳이 2m 이상 침수되자 제방시스템을 한층 강화하며 특별 관리해 왔었다.
이번 허리케인 자체는 도시를 비껴나갔다. 하지만 폭우로 물이 불어나 주변지역의 수압이 높아지면서 폰차트레인 호수에 인접한 17번가 운하가 먼저 뚫렸다. 이어 미시시피강에 인접한 인더스트리얼 운하가 추가로 붕괴되면서 물이 순식간에 도시 안으로 밀려들었다. 여기에 뉴올리언스 지형의 특이한 ‘사발 효과(Bowl Effect)’가 피해를 더욱 키웠다. 도시를 둘러싼 둑이 무너져 내려 저지대인 도심 전체가 물로 넘쳐날 때까지 계속 유입된 것이다. 사발에 물이 완전히 차야 밖으로 흘러 넘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홍수를 막기 위한 제방이 재난을 확대한 부분적 이유였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홍수통제 시스템이 루이지애나주의 거대한 해안 습지의 소멸을 초래했다”며 “습지가 허리케인을 막는 데 콘크리트 수로들보다 훨씬 자연 완충 작용이 뛰어나다”고 보도했다. 습지의 소멸로 카트리나가 몰고 온 폭우가 습지지역을 그냥 지나쳐 미시시피강과 폰차트레인 호수로 쏟아져 들어갔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홍수통제 시스템이 자연을 변화시켰고 결국 자연의 보복을 불렀다는 결론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 복구에는 2001년 9·11 테러 때와 맞먹는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11 사태의 복구작업을 조정했던 조 올보 연방비상관리청(FEMA) 전 청장은 “미국 역사상 가장 값비싼 재해가 될 것”이라며 “연방구호자금 규모만 3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FEMA 청장을 지낸 제임스 리 위트는 “피해 지역이 워낙 광범위해서 이번 피해 복구에 드는 비용은 9·11 피해 복구에 들었던 비용을 초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올리언스의 내긴 시장은 카트리나 내습이 최소한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백악관과 의회는 현재 FEMA가 보유하고 있는 비상기금 24억달러가 소진된 뒤 필요한 자금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험 전문가들은 지난해 동남아 쓰나미(지진해일)로 인한 보험 손실이 100억달러 정도였던 데 비해, 카트리나의 경우 2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재민들은 각종 하수와 폐기물에 찌든 생활환경, 오염된 식수, 부패한 음식물 등 카트리나가 남긴 여파 속에서 질병의 위험이라는 제2의 재앙과 싸우고 있다. 수해 당시 입은 부상 치료, 시신 처리, 정신적 고통 극복 등이 우선 과제다.


지구촌이 기상이변으로 신음
수퍼 허리케인, 지진해일(쓰나미), 집중폭우, 찜통더위…. 8월 29일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 역사상 최대 자연재해로 기록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쓰나미가 발생한지 8개월만에 다시 엄습한 자연의 위력 앞에 전 세계인이 잔뜩 움츠리고 있다.
올여름 세계 곳곳은 찜통더위와 집중호우, 태풍으로 얼룩졌다.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지역과 인도 파키스탄 등은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 사망자가 속출했고 노동력 저하로 경제활동에 큰 타격을 입었다. 유럽인들은 2만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2003년 폭염을 상기시키며 두려움에 떨었다. 중국의 경우 집중호우로 한꺼번에 1,000여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국내에선 9월 태풍 ‘나비’로 인해 울릉도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9월 한달의 자연재해에 따른 재산피해 4조8,039억원 가운데 태풍에 의한 피해가 98.5%인 4조7,058억원에 달하는 등 9월에 태풍 피해가 유난히 심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국내의 삼성지구환경연구소가 '기상이변, 한국은 괜찮은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상 최악 수준의 집중호우가 한반도를 강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 역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티베트 고원의 많은 적설량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상이변은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유가가 요동쳤고 미국 중서부의 가뭄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유가상승으로 인해 미국 경제뿐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 등 수출역점 국가들의 타격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도 여름내 몸살 앓아
유럽역시 각종 재해로 몸살을 앓았다. 중부·동부 유럽은 홍수를 겪었고, 남유럽에는 산불이 덮쳤다.
영국 BBC방송은독일, 스위스, 루마니아, 슬로베 니아, 불가리아 등 중·동유럽 일대에 계속된 폭우로 강물이 범람하고 도로·철도가 침수됐다며 구호를 기다리고 있는 재해지역 표정을 전했다. 독일에서는 다뉴브강이 넘쳐 강변의 그림같은 숲들이 흙탕물에 뒤덮였고, 오래된 성들도 물 한가운데 떠있는 섬처럼 고립됐다. 바이에른주에서는 둑이 무너져 거리와 가옥 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는 저지대가 침수돼 빨간 지붕들만 물에 떠 있고 지붕 위에서는 주민들이 헬기 구조를 기다기도 했다. 아아레강이 범람해 고색창연한 옛 시가지를 덮치기도 했다. 루체른과 인터라켄 등지의 유명 산악휴양지는 교통이 끊겨 고립 됐으며, 수해가 알프스 산지 기슭까지 미치고 있다고 현지 언론 들은 전했다.
이번 홍수의 최대 피해국인 루마니아에서는 총 31명이 사망·실종됐으며, 가옥 1,400여채가 물에 잠겼다. 불가리아에서는 북서부 몬타나 지역에 집중호우가 이어져 이재민 1만4,000여명이 발생했다.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의 국경지대를 흐르는 무르강이 넘쳐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동유럽 소국 몰도바도 수해로 타격을 입었다.
한쪽에는 물난리가 났지만 유럽의 또다른 지역은 산불이 휩쓸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프랑스 남부에 이르는 지역에 화재가 발생해 30명 이상이 숨지고 곳곳에서 주민 소개작업이 진행됐다. 이번 산불이 나기 전 남유럽은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수마(水魔)와 화마(火魔)가 동시에 덮친 유럽에서는 피해지역 주 민들을 돕기 위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18만㏊의 산지가 잿더미로 변해버린 포르투갈을 도우려 각국이 앞다퉈 소방 장비와 인 력을 보냈고, '냉정한' 유럽인들 사이에 이례적으로 동유럽 수 재민을 돕기 위한 모금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한편으론 기상 이변과 연관된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한 '반성'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포르투갈 곳곳에서는 동시다발로 일어난 화재 중 상당수가 사람들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는 고발과 함 께 환경보호를 소홀히 한 탓이라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난리를 겪고 있는 스위스에서도 자연의 힘을 우습게 알았던 것이 사태의 근본원인이라는 '인재(人災)' 지적이 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생태계 교란이 재해의 원인
일본의 아사히유리재단은 세계 각국의 환경전문가들의 설문을 통해 지구의 환경시계가 9시5분이 라고 밝혔다. 12시가 되면 지구의 종말이니 이제 불과 2시간55분 남은 셈이라는 것. 유엔 주도의 ‘밀레니엄 생태계 평가위원회’도 올해초 보고서를 통해 “자연적인 속도보다 1천배나 빠른 개발로 인해 포유류, 류, 양 서류의 10~30%가 이미 멸종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하고 “인간의 활동이 생태계를 손상시켜 지구가 다음 세대를 지탱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독일의 환경장관 위르겐 트리틴의 말처럼 이번 재앙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모르는 미국에 대한 신의 경고라는 말이 각지에서 나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자는 교토의정서를 부시 행정부가 반대해온 데다 석유 확보를 위한 세계전략을 끊임없이 추구해온 자업자득이라는 것.
플로리다의 습지를 고갈시키고 캘리포니아의 구릉 지대를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방식의 난개발은 물의 흐름을 바꾸고 생태계를 교란시켜 엄청난 재해의 원인이 되었다. 이제 세계 각국은 눈앞의 작은 이익을 다툴 것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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