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등 부재료값 상승으로, 배추구매 비율 오히려 줄어

지난해에는 배추출하의 급감으로 극심한 배추부족현상을 겪었다. ‘김치’를 꼭 먹어야 하는 국민들은 금값보다 비싼 배추 앞에서 망연자실해야 했다. 올해는 정반대다. 배추값이 폭락해 농민들이 시름에 빠졌다. 농림수산부는 지난 11월27일 김장요 배추와 무의 가격 안정을 위해 12월15일까지 산지농협을 통해 배추 5만 톤과 무 1만 5,000톤을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는 11월23일까지 배추 3만 톤, 무 5,000톤을 매입해 폐기한 바 있다. 최근 배추의 포기당 소매가격은 1,129원으로 예년에 비해 50%가까이 폭락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김장걱정을 해야 할 판국이다. 배추 가격이 최저가 수준으로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춧가루, 천일염, 새우젓 등 양념류 가격이 급상승한 탓이다. 가을 포기당 1만 5,000원으로 금값이었던 배추가 포기당 900원대로 하락했는데도 양념류 가격이 올라 김장을 위한 배추가 수요가 늘지 않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고춧가루는 올해 1.8kg당 9만 3,000원으로 4만 5,000원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건고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60% 이상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 서민들의 김장부담은 작년과 비해 별반 다를 바 없어졌다. 모두가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농가는 제값은커녕 수확에 필요한 비용조차 나오지 않는 배추를 밭에서 갈아엎어야 하고, 소비자는 배추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재료비의 상승으로 김장량을 줄여 배추구매를 더욱 줄여야 하는 처지다.

이 틈새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들은 중국산 김치다. 올해 중국산 김치 수입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10월까지 김치 수입액은 총 1억 355만 달러(약 1,185억 원)로 이미 지난해 전체 수입액(1억 201만 달러)을 넘어섰다.
수입량을 보면 10월까지 19만 톤으로 작년 같은 기간 14만 9,600톤보다 27%나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총 김치 수입량은 23만 톤을 넘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08년의 22만 2,369톤을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치업계에선 아무리 국내산 배추값이 떨어져도 중국산 김치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에는 이미 역부족이라고 풀이했다. 그만큼 중국산 김치 가격 경쟁력이 월등하다는 의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0월 말을 기준으로 중국산 김치 10㎏당 국내 수입 원가는 5,390원, 수입업자들이 국내에 파는 가격은 7,590원으로 추정 된다고 했다. 3만원 안팎인 국산 김치 10㎏은 중국산 김치보다 4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김치를 수입하는 업자들은 중국 내 김치 공장은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 많아 철저히 한국  사람 입맛에 맞춰 김치를 담근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위생 문제만 터지지 않는다면 중국산 김치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내 김치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김치가 엄청나게 들어오는데도 수입김치의 최대 수요처인 식당 메뉴판에 중국산 김치라고 표기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제도적으로 김치를 음식점 원산지표시 의무 품목으로 정해 놓았으면 좀 더 철저하게 지키도록 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하는데,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장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한탄과 한숨만 새어 나오는 상황에서 필자 역시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 자고로 김장은 한 해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가족잔치였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김장시간 동안 시름을 감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농민과 소비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김장, 내년에는 볼 수 있을까. 정부의 적극적인 생산량 조절대책과 소비자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김치는 단순한 생활필수 음식을 넘어 우리 민족의 전통과 마음을 담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기에 그 간절함이 더한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