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감시간과 싸움하는 어느 정치부 기자의 하소연

월간잡지 기자의 업무는 전월호 마감직후부터 시작된다. 마감이라 함은 해당호의 기사작성, 교정, 편집을 마치고 최종본을 인쇄소를 인계하는 시점을 말한다. 시기는 매달 1일쯤이다. 일주일가량 주말을 포함해 이어지는 야근과 밤샘을 끝낸 후이기 때문에 극도의 무기력과 피곤에 시달리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끝낸다는 성취감과 새로운 무엇인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설렘으로 한없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다른 부서와 달리 정치부 기자는 이 기간에 미리 기사를 써둘 수 없다. 아무리 장기적으로 끌어온 정치현안이라 하더라도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새로운 내용이 쏟아지기 때문에 최종 기사를 위한 소스로서 현안을 바라볼 뿐 구체적인 뉴스로 생산해내기에는 여러 모로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 주가 오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획된 방향에 따라 자료를 탐색하고 필요할 경우 국회 등을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한다. 최근에 있었던 ‘안철수 신드롬’과 같은 새로운 정치인물이나 현안이 등장할 경우 미리 챙겨봐야 하는 자료가 방대해진다.

셋째 주에 접어들면 그동안 취재했던 자료들을 선별, 정리해 기사로 초안을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보강취재가 필요할 경우 추가 자료를 찾거나 간단한 전화인터뷰를 진행한다. 이 때쯤이면 대략 최소 5꼭지에서 최대 7꼭지 정도 분량의 자료가 쌓인다. 그리고 마지막 주 마감이 시작되면 이 자료들을 토대로 본격적인 기사작성에 돌입한다.

한 달의 일정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매우 행복하다. 안타깝게도 뉴스거리는 일정에 맞춰 터져주지 않는다. 다행히 월초에 발생한 사건은 직접 현장취재를 곁들여 생동감 있게 만들어낼 수 있다. 기사를 작성하고 이를 점검해볼 수 있는 여유도 충분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치적 사건은 중순 이후에 터진다. 2년 가까이 이 일을 하면서 몇 번이나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23일 발생했던 연평도 포격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워낙 사안이 중대하고 컸던 만큼 12월호에 들어가야 하는 뉴스였으나, 이미 시간은 마감에 임박하여 인쇄소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상황에서 현장을 취재하거나 사건을 심도 있게 분석하기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결국 ‘마감뉴스’라는 꼭지를 만들어 한 장짜리 스트레이트 기사를 써서 마감을 해야 했다.

또한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선거가 중순 이후에 실시된다는 점이다. 올해 있었던 4.27재보선이 그랬고, 10.26재보선 또한 선거일자가 마감과 겹치거나 하루이틀 사이로 빗나갔다. 10.26재보선의 경우 대략적인 판세를 예측해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4.27재보선의 경우 거의 두 달이 지난 6월호에서 다른 기사를 통해 간단하게 언급할 수 있었다.

그리고 11월22일에 발생했던 한미FTA 기습 강행처리는 기자를 아연실색케 했다. 강행처리는 미리 예측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기습적으로 강행할 줄은 몰랐다. 사무실에 늘 켜져 있는 YTN뉴스 속보를 보고 부랴부랴 국회로 달려갔을 때에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느닷없이 비준안을 강행처리해 버린 한나라당에 대한 또 다른(?) 원망을 가지게 된 대목이기도 하다.

뉴스거리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기자는 뉴스에 늘 배고프다. 이왕이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마음껏 취재하여 양질의 기사를 써내고 싶다. 이는 기자의 배고픔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편집부에서 기자들끼리 “지구가 멸망해도 가능하면 월초에 했으면 좋겠다. 월말에 멸망하면 취재를 할 수가 없잖아.”라는 농담을 주고받을까.
그러니 적어도 국내 정치인들이여, 사고를 치시려거든 가급적 월초에 쳐 주시라. 그러면 친절히 찾아뵙고 다정하고 섬세하게 파헤쳐 아름다운 기사로 되돌려 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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